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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여자들

by 김수기

2024. 1. 15. 소백산 자락길 12 자락 중에서 12 자락길을 걸었다. 영하의 차가운 날씨라 도로 위 블랙아이스와 눈이 있을 수도 있어서 걷기에 순탄하고 거리가 짧은 마지막길 12 자락길을 선택한 것이다. 현재 평균나이 예순 넘은 여자사람 4명은 2018년 8월부터 매달 1회, 국내 아름다운 둘레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직장 생활을 하는 탓으로 토요일이나 일요일 하루를 선택하여 걷기 시작하였다. 경상도 영양, 청송, 봉화, 강원도 영월군을 이어주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외씨버선길을 시발점으로 경상도 전라도를 연결시켜 주는 지리산 둘레길, 대구 인근 팔공산 둘레길을 마무리하였다. 현재, 우리는 경북 영주, 봉화, 충북 단양을 잇는 소백산 자락길 12자락 길중 여섯 자락 길을 이미 걸었다. 우리 넷은 아직은 어두컴컴한 이른 시각 7시에 만나 사륜구동차에 몸을 실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한 달 못 본 사이의 안부를 시작으로 각자 들고 온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부 골고루 소식을 [카더라 통신]까지 인용하며 전하기 바빴다. 이제는 어인 일인지 아까 말했던 이야기를 또 하고 자기가 이야기할 내용을 잊을까 봐 순서 없이 한꺼번에 마구 쏟아내지만 어떻게 하든지 간에 본인은 말을 하면서도 다른 세명의 이야기는 다 듣고 있다는 점이 우습다. 으흐흐 전형적인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의 특징이라고 한다, 그러다 보면 휴게소에도 들리지 않다가 목적지에 도착하면 벌써부터 배가 고프다고 난리다. 우리는 많은 길을 걸어 본 경험 탓에 우리의 여러 가지 실정에 맞추어 무리하지 않고 걷는다. 출발지점에 우리 차를 세워두고 목적지까지 걸어가서는 올 때에 지역 버스나 미리 준비한 연락처로 콜택시를 활용한다. 비록 네 명의 구성원이지만 개인 능력이 반영되어 기록담당, 사진담당이 있다. 길가의 무수한 나무, 야생화 이름을 꿰뚫고 있는 사람이 있고 그 지역의 유래나 역사적인 가치를 술술 읊으며 설명해 주는 사람도 있다. 아무리 험한 비바람, 눈길이라도 운전을 책임지고 해주는 사람도 있다. 식사와 간식은 단톡에서 겹치지 않도록 각자 한 가지씩 준비해서 합쳐 놓으면 그야말로 5대 영양소가 골고루 포함된 비빔밥이 되곤 한다. 각자 준비한 종류별 과일도 펼쳐놓으면 오색찬란한 무지개가 된다. 특히, 이번에는 오카리나에 입문한 를 포함하여 두 사람이 아직 초보이지만 열성 하나만으로 쌀쌀한 깊은 산골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님이여][문리버]를 연주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깊은 소백산 둘레길에 미숙한 오카리나 소리를 뿌려놓고 온 우리가 우습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구경꾼도 없는 연주회였지만 첫 버스킹이어서 의미가 있지 않았나? 싶다. 평소에 잘 들리던 블루투스마저 지지직거리며 방해를 한 정말로 엉성한 연주였지만...... 산속으로 들어가니 오히려 포근하고 길은 얼었어도 위에 푹신하게 쌓인 낙엽이 있어 재를 넘어올 때 덜 미끄러웠다. 배점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택시를 불러 타고 거꾸로 출발지인 둘레길 센터에 도착하여 보니 문이 잠겨있었다. 좌석리를 지나면서 산길은 얼어있어서 조심스러웠다. 차를 운전하며 지나가시는 어르신이 길이 미끄럽다고 조심하라고 하신다. 정겹다. 차가운 날씨에도 사과나무 전지를 하고 계시는 분도 계셨다. 이번 길은 그렇게 가파르지도 않고 오르막도 심하지 않은 것 같았다. 인가는 보이지 않고 장안사라는 절을 지났으나 불교신자인 한 사람만 부처님께 인사를 드리고 나왔다. 자작자작 걸으면서 넘는다는 자작고개를 넘고 몇 군데 동네를 지나오면서 사람 만난 적이 없다. 다른 길에 비하여 짧은 탓에 아쉬움을 가지고 도착지점에 이르고 보니 순흥저수지 둘레를 걷도록 테크를 설치해 놓았었다. 우리는 그 길을 더 걸으니 30분 정도 걸렸다. 차에 오르기 전 멀리 보이는 소백산 정상을 바라보니 아침에 눈이 수북이 쌓였던 모습이 햇살을 받아 눈이 많이 녹았는지 겨울나무 색상의 모습이 훤하게 눈에 들어왔다. 자락길 걷기가 완료되면 조사한 내용과 사진(우리 모습사진, 자료사진)을 포함하여 정리한 책자를 만들고 있다. 제목은 [길 위의 여자들-소백산 자락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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