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리원 일하고 있나요?"
" 네 지금 근무 중이십니다."
"내보내세요!"
진료부장의 밑도 끝도 없는 이 말에 잠시 뇌 회로가 정지됐다. 이게 무슨 말이지? 퇴사시키라는 말인가? 유치원생도 또박또박 생각을 정돈해서 이야기하는 요즘, 앞뒤 상황설명도 없이 이 무슨 황당한 화법이지?
"왜요?"
자동반사적으로 튀어나온 내 대답이었다. 어디로 내보내라는 건지, 무슨 이유인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설명은 해야 이해를 할 거 아닌가.
" 확진입니다. 당장 집으로 보내세요!"
5일쯤 전 조리원 한 분이 확진이 되셔서 영양실 모든 직원들은 매일 pcr검사를 받는 중이다. 이틀 전부터 몸이 안 좋아 보이시던 다른 조리원 분이 확진이 되었다는 말이었다.
일단 알겠다고 내선전화를 끊고, 조리원 분께 귀가하셔서 쉬시라는 말씀을 드렸다. 다른 동료분이 어떡하냐고 걱정돼서 다가가니, 그분은 행여 피해를 줄까 옆에 오지 말라고 하시며 탈의실로 향하셨다. 돌아서시던 뒷모습이 씁쓸해 보여서 어찌나 맘이 아프던지. 다가가지도 못하고 먼발치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에 전화하셨던 진료부장이 찾아와서 조리실이 떠나가라 고함고함을 지른다. 작게 말하면 안 들릴까 봐 그러시는 걸까? 원래 기본 데시벨이 높으신 건가? 왜 페이스 실드와 보호 가운을 안 입냐며 조리원 분들께 소리를 지르신다. 한창 병동 배식이 올라가는 시간이라서, 누락되거나 추가되는 식사 때문에 병동 전화를 받아야 하는데, 도무지 업무를 할 수 없을 지경이다.
주방에서 조리하면서 어떻게 페이스 실드에 보호 가운까지 입으라는 말인지. 애초에 코로나 격리 병동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문이 조리실 내에서 열리지 않게 해 달라고, 그것도 안되면 엘리베이터 출입구에 커튼이라도 쳐달라고 부탁했을 때는 들은 척도 않더니, 위험 상황으로 몰아넣은 병원 잘못은 없고, 묵묵히 일하다가 과로로 병난 게 죄인 모양이다.
비어있는 병동을 코로나 격리병동으로 만들면서 격리식 도시락을 올리는 양이 많아졌고, 추가 인력 보충 없이 일반병실과 격리병동 모든 조리와 배식을 기존 인력으로 하고 있다. 일반 병실에서 추가 확진이 발생하면서 일반 병실의 격리식 도시락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하루 평균 1200식의 절반 이상을 격리식으로 올리려면 인력을 따로 배치해야 한다. 주방 조리 인력을 뺄 수 없는데, 기존 배식 인원으로 도시락, 환자식이라서 식이마저 다양한 도시락과 일반 병동 배식을 어떻게 감당하라는 것일까.
밥, 국, 반찬, 죽, 사이드까지 식이 별 종류가 배스킨라빈스 31보다 많다. 거기다 격리병동 직원 도시락까지 등등.... 이 정도면 격리식 전담 인력을 보충해야 맞는 게 아닐까? 이 병원은 혼자 1970년대로 타임슬립 한 것일까...
멀쩡한 사람도 병이 날 지경이다. 거기다 최초 조리원분 확진이 나오면서 휴식 시간에도 휴게실에 못 들어가게 한다. 휴식하는 방이 환풍이 제대로 안된다는 게 이유이다. 그 방을 누가 만든 걸까?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인식도 대책도 없는 경영진이다. 일찍 출근하시는 분들은 새벽 4시 반에 나오시는데 방에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니 8시 아침식사 후 잠깐 쉬는 휴식을 식당 바닥에 박스를 깔고 눈을 붙이신다. 몸살 안나는 게 신기할 지경이다. 노숙자가 따로 없다.
오늘까지 3명의 조리원 분이 확진이다.
나도 갑작스러운 발열, 구토, 설사 증상으로 3일을 꼼짝 못 하도록 아파서 영락없는 코로나라고 생각했다. 열은 나는데 음성이 나오니 진료실도 못 들어가고 , PCR 검사도 이젠 무료로 받을 수 없다 하니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다. 같은 증상으로 밤새 발열과 구토를 반복하는 아이를 보면서, 내가 무슨 떼돈을 벌겠다고 아이까지 확진되면서까지 일을 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나도 아이도 다행히 확진이 아니었지만, 확진돼서 귀가하신 조리원분들 마음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갑자기 확진이 늘어나는 상황을 보니 , 휴식만큼 중요한 백신이 있을까 싶다. 웃픈 이야기로 오미크론에 걸리지 않는 이유가 왕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코로나의 확산 세는 거세지고 있다. 나 역시도 아이들이 나 때문에 감염되지 않을까 늘 걱정스럽고 불안한 마음이다.
위험을 감수하고 근무하시는 분들께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해주지 않는 병원의 강압적인 태도에 화가 난다. 20년 전 다니던 작은 회사보다 더 시대착오적인 사고방식의 경영진이 실망스럽다. 함부로 대해도 되는 사람은 없다. 누군가의 부모이고, 누군가의 자녀이다. 모두 소중한 사람인 것이다.
오미크론보다 더 아픈 건, 마치 감염된 것이 죄인 양 비난하는 그들의 더 아픈 시선이다. 추가 인력이 보충되었다면, 안전장치 무시하는 안이한 병원의 대처가 아니라면, 제대로 휴식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주었더라면, 이틀 연달아 조리원이 확진되고 영양사가 확진되는 상황까지 왔을까. 매일 하는 PCR 검사도 고통스럽지만,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는 조리원 분들의 확진이 더 마음 아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퇴사할 수 없는 나도 그분들의 마음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돈이 뭐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