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어문 Apr 30. 2022

겨울...그다음 봄

-'로시' 가사 중에서-

쿵 넘어지면 
그대로 누워버리고 하늘을 봐
덕분에 별들을 보네
아픈 것도 잊네

혹 비가 내려 온몸이 젖어버리면
난 춤을 춰
도망갈 이유가 없어
언젠가는 그쳐

이 세상의 간단한 순서처럼
겨울... 그 다음 봄
....

왠지 모든 게 힘들어지면
쉬운 거 하나 믿을래
우연히 태양이 있는 게 아냐
so am I

                                               - 겨울... 그다음 봄 (로시) 중에서 -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겨울,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침묵이 끝나는 걸까?

아무리 피해도 걸릴 사람은 다 걸려야 끝날 거였을까,


끝이 있기는 한 걸까 막연한 답답함에 지쳐가다 보니, 어느새 물에 풀어버린 물감처럼 흐릿해져 가는 느낌이었다. 2년이 넘도록 지구 전체에 커다란 마스크라도 씌워 놓은 듯 숨 막히던 코로나가 정말로 끝이 나는 걸까, 공연장에서 금지되던 함성이 허용되었다.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믿을 수 없는 소식도 들려온다. 


이게 완전한 끝일지, 마라톤 중간 쉼터인지 사실 마음이 놓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잠시라도 어디인가. 로시의 노래처럼 우연히 태양이 있는 게 아닌지도 모른다. 버티는 것만으로 능력 이상을 해내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왠지 뿌듯해진다. 


공연장에서 2년이 넘도록 침묵과 박수로만 응원했던 팬들의 마음을 아티스트에게 전할 수 있다면 잠시라도 어디인가, 보고 싶어도 이야기하고 싶어도 서로를 위해 누르던 마음을 잠시라도 친구에게 가족에게 보여줄 수만 있어도 그게 어디인가. 설령 이 휴식이 잠시 쉬어가는 것이라 할지라도, 다음엔 끝이 보이지 않아도 좀 더 잘 견뎌낼 수 있을 것 같다. 


이 노래의 제목처럼

겨울...

그다음 봄

이라는 단순한 순서,

세상은 생각보다 단순하게 돌아간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긴 터널을 걸어갈 용기가 생기는 것 같다. 


새삼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신 수많은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다. 

단순한 순서를 만들 수 있는 것 또한

기본을 지켜야 한다는 

단순하고도 어려운 원칙을 지켜주신 분들의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슬아슬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오늘까지 걸어왔을 모든 우리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채워지고 싶어, 나도 한 번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