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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문 Dec 19. 2022

괜찮아야 할 이유는 없는데

...

2년에 한 번씩 받는 검진 결과가 나쁘지 않아서 , 이번에도 별 이상 없었으니 다음에도 당연히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슬슬 귀찮아지고, 별 이상도 없는 검진 결과받을 때까지 받는 스트레스가  싫었다. 그래서 딱 한 번 건너뛰었다.


"2년 전 검진은 왜 하지 않으셨어요?"

유방 초음파 도중, 의사 선생님께서 물으셨다.

당연히 괜찮을 거라서..라는 대답을 할 수는 없어서 적당한 답을 찾고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참, 그래요. 꼬박꼬박 검사받다가 딱 한 번 건너뛰면 그때 일이 생기거든요."


계속 무언가를 찍고 길이를 재고.. 검사 내내 불안함을 지워버릴 수가 없었다. 검사를 끝내고 몇 가지를 물어보신 후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다.


"말씀하신 통증은 월경주기가 비 규칙적으로 변하면서 여성 호르몬의 영향으로 생기는 게 맞습니다. 통증은 유방암의 증상은 아니에요. 그런데 호르몬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기에 유방암이 잘 발병합니다. 종양도 많이 생기고. 그래서 폐경이 가까워지는 40대 이후 여성들에게 유방암 검진이 추가되는 거죠. "


"대부분의 종양은 생겼다가 잘 사라지기도 해요. 검진 이력을 보니 이전에도 그런 경우가 있으셨네요. 이런 모양의 혹은 커지지만 않으면 괜찮습니다. 문제는 모양이 다른 이 경우인데요. 일단 3개월 후 재검사를 통해 확인해보기로 하죠. 크기가 작아지지 않으면 조직 검사를 하는 것으로, 다른 혹들은 크기가 커지면 검사를 한다고 생각하시면 될 거 같아요."


"제 경험상 암은 아닐 것 같지만 모양이 좋지 않으니 확인이 필요하다는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3개월 후에 결과 보고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죠."


 괜찮은 척했지만 , 괜찮지 않았다.

검사를 한 번 건너뛰어서?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스트레스를 맥주로 풀어서? 운동을 안 해서? 왜 이렇게 많은 혹이 생긴 걸까 , 아무리 생각해봐도 알 수가 없다. 선생님폐경 전후가 호르몬 영향으로 혹이 많이 생기는 시기라고 하셨다. 호르몬은 내 탓이 아닌데...그럼 내가 어찌할 방법은 없는 것인데.


수면 위내시경을 기다리면서 앞서 오신 분이랑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검사 비용이 병원과 검진센터가 다르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분 종양 때문에 유방초음파 비용이 실비 처리가 되어서 검사비용은 신경 안 쓴다고 하셨다.


종양이 있어서 제거해야 한다고 하는데 별 일 아닌 듯 웃으시는 분을 보며 생각이 많아진다.

별 일이 아닌 걸까,

그나마 제거할 수 있어서 다행인 걸까.

나는 그게 안 된다.

3개월 후에 이 글을 웃으면서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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