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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손에 일이 잡히지 않을때

마지막 인사가 아니길

by 분꽃
자식이 부모걱정하기 시작하면 부모곁을 떠날때가 된거라던데.... 노희경


지난해는 오롯이 친정 엄마 걱정만 했었다.

걱정한다고 변하는 건 없다지만 순간이 불안했고.

되돌아가는듯한 기억이 안타까웠다.

엄마는 치매만 안 걸리면 된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지만

결국 치매와 함께 하게 되었다.

자식들이 인정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또 엄마 스스로 인정하는데 필요한 시간들을 겪고 나니

이제서야 한결 편안해졌다.


그래도 순간순간 소리를 지르게 되고

뒤돌아 올 때면 미안함에 눈물이 났다.

내가 엄마가 되고

엄마가 내가 되었다.

역할을 바꿔보니

이거라도 오래도록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아버님이 침상에 누우셨다.

특별한 속병이 없었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빠르게 모든 게 변하기 시작했다.

어깨가 아프면서 몸 전체가 기울어졌다.

염증수치가 높아 입원을 몇 번 반복했고,

누워만 계시니 걷는 게 힘들어지고

식사를 못하니 점점 깊게 가라앉고 말았다.


분명 몇 주 전만해도 전혀 생각지도 않았는데

새해 첫날의 아버님은 모든 걸 놓고 계셨다.

아무 말도 안 하시던 아버님이 손주들을 보더니 눈이 반짝 빛났고

입을 간신히 움직이셨다.

눈이 너무 슬펐다.


90이면 서운하지 않다고. 오래 살았다고 어머님은 말씀하신다.

어머님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아버님 앞에서... 자꾸 반복해서 말하는것도

벽에 걸렸던 아버님 사진을 벌써부터 떼어 가방에 챙겨놓은 것도.


서운하다.

늘 그랬지만 배려가 너무 없다.

최소한의 예의가 간절했다.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생각하면 자꾸 눈물이 나고 불안하다.

늘 외로워 보이셨는데, 잘못된 내 생각이었으면 좋겠다.


부모 걱정이 시작된 지금.

걱정이라도 오래 하고 싶다면 지금은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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