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분꽃 Aug 25. 2023

악마의 나팔꽃이 피었습니다

우리 동네에 글로리꽃이.

비가 내린 후 선선한 바람이 섞였다.

오랜만에 새벽에 동네를 돌았다.

평생 변할 것 같지 않던 동네에 재개발이라는 바람이 불려는 건지  술렁거린다.

백일동안 핀다는 백일홍이 지면 여름이 간다 하는데 아직도 화사한걸 보니  여름이 아직 멀었나 보다.

나무 아래 못 보던 커다란 꽃이 피었다.

멀리서 보니 백합처럼 깨끗한 것이 여간 이쁜 게 아니다.

그런데 어디서 봤더라?

노란 천사의 나팔과 똑 닮은 꽃

더 글로리 포스터에 송혜교가 들고 있던 꽃이다.

처음엔 뭐지? 싶었다.

미운 것들은 천사의 나팔아래 서있고

착한 것들은 흰꽃 위에 있고.

그래서 찾아보니

독성이 있는 악마의 나팔꽃이라 한다.

꼿꼿하게 고개를 쳐들고 하늘 향해 핀 고귀한듯한 흰꽃이 악마.

하늘 한 번 보지 못하고 땅만 향해 피어지는 노란 꽃이 천사의 나팔꽃이라 하는데,

바뀐 거 아닌가?


천사의 나팔이 처음 흔해지기 시작할 때, 여기저기에서 커다란 호박꽃 같은 꽃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집집마다 어찌나 사다 날랐던지, 어머님의 부탁으로 내가 사러 갔을 때 동네 꽃집이 모두 품절이었다.

꽃이 크기만 하고, 예쁘지도 않고 고개 숙여 피니 도무지 얼굴 한 번 볼 수 없는 저 꽃이 왜 인기가 있는 건지 이유를 찾으래야 찾을 수가 없었던 그 특이한 꽃. 결국 사다 드리지 못했고, 혼자서 저주받은 꽃이라며 저주를 퍼부었던 못된 기억이 난다.


지금 다시 봐도 흰색이 훨씬 이쁘다.

깨끗하고 하늘 향해 봉긋 피어올라 잎사귀를 등지고 있어 더욱 선명하고

그런데, 독성이 강해서 어떤 나라라 정확히 표기는 안 돼있었지만 약용으로만 사용하고 집에서 키울 수 없도록 판매가 금지되어 있는 나라가 있다 했다.  

독성이 있는 꽃, 그리고 어감도 이쁘지 않은 악마의 나팔꽃.

예쁜 꽃도 지천인데, 굳이 길가에 저리도 많이 피운 걸까.


옛날이 피었던 꽃들이 잔잔하니 예쁘던데...

네시에 핀다는 분꽃도 예쁘고, 잔잔한 채송화도 예쁘고

내 손목 위의 작은 꽃도 예쁘고 ㅎㅎ


작가의 이전글 그들의 심리가 궁금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