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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꽃 Sep 25. 2023

엄마도 명절이 싫단다

제자식 걱정은 제가 할게요.

하루 전 새벽에 도착해도 눈치가 보이는 명절.

사실은 엄마도 싫단다.

말 많은 명절.

걱정이라는 말로 사정없이 간섭하기도, 상처주기도 하는 명절.

너희들에게만은 아니야.  

하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는 평생을 그리 사셨고,

이게 옳다 생각하니 따라야지.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고

기분 좋게 할 수 있는데 까지만 하고 살자.


자랑하면 손뼉 쳐주고,

또 자랑하면 칭찬해 주고.

하지만, 자랑 끝에 내 새끼 걱정하듯 디스 하면

그땐

숨 한번 크게 쉬고

속으로 참지 말고

다음으로 미루지 말고

바로 말할게.

제자식은 제가 걱정할게요. 

걱정할 거 하나 없다는 거  알려줄게.

싸우자고 덤비는 건 아니고 웃으면서 당당하게.

내 새끼는 내가 충분히 믿고 있음을 선포할게. 

멋지게.


너희 둘 다 가정을 꾸리기 시작하면 많이 달라질 거야.

셋집이 가끔씩 모이는 게 즐겁도록 애써보겠지만, 그게 맘처럼 안되면

서로 할 수 있는 만큼만 얘기하고 하기.

그놈의 1/n은 절대 우리 집에 없었으면 좋겠어.

평등 같지만 첫째만을 위한 일이지 형제를 위한 일은 아니더라.

마음으로 풀어야지, 의무, 도리, 평등을 외치다 보면 정말 힘들 때는 숨게 되더라고.

형식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엄마가 매일 말한 것처럼

어긋남이 생길 땐 엄마, 아빠가 아니라 너희들은 너의 가정을 지켜야 해.

잠깐 서운해도 그게 맞아.

뭐라 뭐라 해도 내 새끼가

내 집이

내 짝꿍이 가장 중요하단다.


혹시.. 이런 일이 생기면 살짝 얘기해 줘.  안 서운해할게.


우리도  지금처럼 알콩 거리며 살아볼 테니

남의 말에 휩쓸리지 않고

남의 시선에 아파하지 말고

내 생각대로 곧게 뻗어보자.


의무처럼 찾아가지만 그날만은 최선을 다할 명절을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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