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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삐 Oct 18. 2021

돌삐 이야기

2. 도망자

 엄마와 나의 대화를 듣기 전, 먼저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돌의 수명이 평균 1000살이며 사람의 평균수명보다 10배나 길다는 것이다. 현재 나는 27살로 어른이라 생각하겠지만 돌의 평균수명으로 봤을 땐 어린 아기일 뿐이다. 아기라면 살면서 무슨 시련이 있었겠냐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큰 오산이다.

 "풀숲 마을"이라고 돌들이 부르는 곳에서 나는 가족들과 함께 11년간 살았다. 그곳은 아침에 투명한 이슬이 풀잎마다 맺혀 마을에 사는 돌들의 마음을 맑게 해 줬고 밤이면 여러 곤충들이 마을을 둘러쌓아 노래를 불러주어 마을에는 항상 아름다운 소리로 가득 찼다. 게다가 두더지 아저씨들의 지하철이 있는 역세권이었고 부엉이 순찰대가 밤마다 두 눈을 뜨고 지켜봐 주어 치안 1위의 마을이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풀숲 마을은 돌의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마을로 꼽혔다. 좋은 환경에서 자랐던 나는 11살에 고양이를 타고 집을 나와 떠돌이 생활을 시작했다.


 그 좋은 환경을 버리고 어린 나이에 왜 집을 나왔냐고 많은 이들이 의문을 가질 것이다. 어르신들은 이런 나를 보고 겁도 없고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다고 이야기를 하시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나는 매우 겁이 많고 여리다. 이런 내가 가출을 하게 된 것은 "스스로를 미워하는 마음과 죄책감"에서 있었다. 어릴 적부터 난 가족, 친구 등 모든 관계 속에서 겉돌고 있다는 생각을 해왔다. 내가 어떤 돌인지 제대로 모르다 보니 방황하고 겉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의 색깔, 모양, 향기 등 스스로가 정의를 내리지 못함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그래서 내 스스로의 자아를 만들어가기보단 남들을 따라하는, 쉬운 길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렇게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되지 않았을 때,  난 나를 자책하고 미워했다. 돌이켜 보면 그런 행동은 일종의 자기 학대였으며 회피의 행동들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엄청난 실수를 동생인 돌빼이에게 하게 되었다.


 5살 차이가 나는 남동생 돌빼이와 나는 크고 작은 것으로 항상 다퉜다. 내가 선물 받은 이슬을 동생이 먹었을 때, 실수로 부딪혔을 때 등 매 순간 투닥투닥 다퉜다. 나는 그런 동생이 미웠고 그가 어린 시절 아무 말도 못하던 그때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상하게도 엄마는 우리에게 나갈 때마다 모자를 씌우기 시작하셨다. 머리에 무언가 닿는 것을 싫어했던 나와 동생이었기에 한 번도 억지로 씌어본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그가 그런 이유는 바로 "태양" 때문이었다. 적당한 양의 빛을 비춰주며 마을 돌들에게 이로움을 줬던 태양이 갑자기 강한 빛을 내기 시작하면서 마을에 돌들이 하나둘씩 아기 돌로 변하기 시작했다. 많은 돌박사들이 연구를 하기 시작했고 강한 태양을 받으면 돌의 표면이 부서지며 아기 돌로 변한다는 결과가 참새 기자단을 통해 전파되었다.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었지만 나와 친구들은 그 말을 반신반의했다. 그리고 난 그 말을 믿고 있는 동생에게 겁을 주기 위해 모자를 벗겼다. 그때, 동생이 갑자기 조금씩 부서지기 시작하며 아기 돌로 변하였다. 나는 순간적으로 무서움과 죄책감을 동시에 느끼게 되며 도망쳤다. 그것이 바로 가출이었던 것이다.


 떠돌이 고양이 ‘냐옹이’의 등에 올라타 전국 방방곡곡을 함께 누비며 ‘나 같은 건 없어지는 것이 부모님께서도 행복할 거다’라는 착각을 했고 이대로 세상에서 영원히 없어졌면 좋겠다는 생각을 매일매일 했었다. 그리고 내가 부서져 없어질 수 있는 계기를 살피며 언덕에서 굴러도 보고 차도에도 뛰어들려 했지만 그때마다 냐옹이가 막아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이기적이고 책임감 없는 행동들이었다. 내가 했던 행동에 책임지지 않고 도망을 간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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