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사진이 남기는 것들
가을이 이파리 떨구는 나무 위에 잠시 머문다.
누구든 쉬었다 가라고.
공원에서 만나 친해진 어떤 부인과 저 계단 앞을 지날 때였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연인들이 저 계단의 아래. 위 칸에서 서로를 찍어주고 있었다.
그 부인과 나는 진심으로 그들의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찍어주고 싶었다.
그 젊음이 예쁘기도 했지만, 그 부인이 그랬다. 휴대폰을 잘못 만져서 사진이 다 날아가서
50대인 큰아들에게 사진 한 장을 보내달라고
했단다. 그랬더니 큰며느리가 프랑스 여행 중이 라고 루브르 박물관에서 찍은 사진 여러 장을 보냈는데, 그 사진들이 명화라 불리는 그림을 보는 사진뿐이었다는 것이다.
"마, 저거 가족사진 한 장 보내지, 명화고 뭐고
나는 관심도 없는데."
하면서 공원 산책로를 돌아와서 만난 장면이다.
성능 좋은 스마트폰으로 콩을 볶듯이 사진을 찍어대지만, 연인들이 함께 한 모습이나
가족이 담긴 사진은 드물다.
누구든 주인공이 되어야 하기에 서로 사진을
찍어주기만 하면, 그 시간을 함께한 사람은
잊혀지고 사진은 저장될 뿐이다.
이른 아침부터 외국인을 실은 대형버스는
쉴 새 없이 드나들었고, 타지방에서 여행온 사람들은 다들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기 바빴다.
며칠 전, 저 계단 가까이에서 두 살쯤 돼 보이는
아기가 유모차를 타고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그대로 넘어졌다.
부모와 할머니, 할아버지도 함께 있었는데,
눈은 사진 찍을 장소만 찾고 있었는지
길이 오목한 걸 보질 못 했다.
삶의 순간을 기억하는 방법이 꼭 사진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