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함의 진짜 힘은 ‘버림’이 아니라 ‘포용’이라는 것

by I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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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결코 쉽지 않다. 나는 언제나 나 자신을 철저히 통제하며 살아왔다. 스스로 정한 규칙 안에서, 정해진 루틴대로 움직이며, 그 질서 속에 명확함이 깃들기를 바랐다. 그렇게 하면 인생도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라 믿었다. 마치 정교하게 맞물린 시계 톱니처럼 삶을 조율하며, 현명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내가 택한 삶의 방식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벽을 마주한 듯한 막막함이 찾아왔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답답함. 내가 만들어놓은 방식이, 사실은 나를 옥죄는 굴레가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루틴은 질서를 주었지만, 동시에 나를 하나의 틀 안에 고정시키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나는 정말 유연한 사람일까. 나는 지금 중용의 길 위에 서 있는 걸까. 그 질문이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마음 깊은 곳을 두드렸다.


삶에서 문제를 마주할 때마다 깊이 생각해보면, 결국 도달하는 지점은 하나다. ‘지혜란 중용에서 온다.’ 너무 지나치지도 않고, 너무 부족하지도 않은 상태. 그 균형, 그 적정함. 말하자면 그것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유연함’이 아닐까.


유연하다는 것은, 바람이 불어올 때 부러지지 않고 흔들릴 줄 아는 나무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지 않고, 자신의 뿌리를 잃지 않은 채 부드럽게 움직이는 능력.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유연함은 때로 두려움을 동반한다. 그 유연함이 혹시 나에게 소중한 것을 잃게 하진 않을까. 내가 지켜온 원칙을 흐릿하게 만들진 않을까.


하지만 점차 선명해지는 건, 유연함의 진짜 힘은 ‘버림’이 아니라 ‘포용’이라는 것이다. 고정된 틀을 깨뜨리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서 새로운 생명을 틔우는 능력. 변해가는 세상 안에서 나 역시 부드럽게 변하되, 내 중심은 잃지 않는 것. 상황에 따라 조율하면서도 내가 진심으로 바라는 방향을 잊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지혜이고, 진짜 힘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너무 오랫동안 규칙과 통제 속에서 살아왔기에, 그 경계를 벗어나면 불안해진다. 하지만 그 경계 안에만 머무르면 나 자신이 점점 정체되는 느낌이 스쳐간다. 한쪽으로도 기울 수 없는 이 딜레마 속에서, 나는 오늘도 하루를 성실히 살아간다.


그래도 분명히 아는 것이 하나 있다. 삶은 책에서 배우고, 사람에게 배우며, 직접 부딪히는 순간들 속에서 조금씩 더 단순하고 투명한 진실에 다가간다는 것. 그렇게 경험을 통해 나는 성장한다. 그러니 지금 명확한 해답이 없어도 괜찮다. 오늘은 그저 이 하루를 진심으로 살아내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


https://medium.com/@irenekim1b/the-wisdom-called-flexibility-ef2767923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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