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의 에세이] <샤갈 특별전>을 다녀와서

샤갈 특별전(Chagall and Bible) @마이아트뮤지엄

by 채유

앨리스 달튼 전시회를 통해 알게 된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샤갈 특별전을 한다고 해서, '샤갈? 이름은 들어봤는데?'하고 단순하게 예매한 샤갈 특별전. 왜 샤갈 특별전의 부제에 달린 'Bible'을 눈여겨보지 않았을까.


올해는 2022년이다. 2022라는 숫자는 인간이 등장하고 문명을 이룩해낸 기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이다. 이것은 예수가 태어난 해를 기점으로 숫자를 셈한 것이다. 이러한 기준을 기원 후라고 부르며, anno Domini의 약자로 A.D로 칭한다.


나는 무교지만, 이렇듯 은연중에 종교적 색채에 물들어 살아간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독서 욕심이 많았던 어렸을 때 The Bible, 성경 읽기를 도전했었다. 결과적으로 도전은 창세기 첫 몇 장을 읽어본 것으로 그쳤다. 하느님(혹은 하나님, 어쨌든 기독교/가톨릭에서의 God)이 천지를 창조하고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게 되는 이야기와 그들의 자손, 자손, 자손 그리고 자손에 대한 내용이 성경에 기록된 내용이구나, 교훈이 있다지만 잘 와닿지 않네, 가 당시 느꼈던 감상이다. 어차피 유명한 일화(혹은 신화), 예를 들어 모세의 기적, 골리앗에 대항한 용감한 다윗, 지혜로운 솔로몬 왕 등의 이야기는 성장하며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다.


이 정도 지식이 전부인 나에게 샤갈 특별전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샤갈의 그림이 어려웠다! 성경과 기독교의 역사적 배경을 이해한다면, 메인 테마이자 제일 작품이 많았던 2부와 3부에서 성서와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므로 샤갈의 예술성과 성서의 재해석에 탄복할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어쩐지 1부에서 프랑스 파리의 주요 장면 중에 노트르담 성당을 손꼽을 때부터... 조금 불길함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미 1부 도입부터 눈이 침침해진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_= 딱 이런 느낌).


샤갈(Marc Chagall)은 러시아에서 태어난 유대인 출신으로, 이번 전시에서는 소수의 유화, 과슈화, 태피스트리 그리고 다수의 에칭과 석판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특히 2부 이름은 '성서의 백다섯 가지 장면(105 scenes of Bible)'로, 구약성서의 전개에 따라 성서 삽화 에칭 105점의 전시였다. 이번 전시회를 돌아볼 때는 첫 번째는 혼자, 두 번째는 오디오 가이드와 함께, 세 번째는 다시 혼자 찬찬히 눈에 담아보았다.


첫 번째 감상 시에는 샤갈의 예술성보다 종교적 메시지가 강하게 다가와서(거부감으로 멀미가 나는 느낌), 살바도르 달리 전시회에서 경험한 것을 토대로 작가만의 아이콘을 찾아보는 방법으로 소소하게 감상의 재미를 찾으려고 했다. 전시장 가장 마지막에 마련된 도장 찍기 코너에 샤갈의 상징적인 요소들이 나열되어 있었는데, 대부분의 모티프가 맞아서 퀴즈 정답을 맞힌 기분이었다. 두 번째 감상에서는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얻은 배경 지식과 함께 2부에서 구약성서의 각 장면들을 담은 에칭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이를 통해 확실히 1부/3부/4부 작품의 이해도도 높아졌다고 느꼈다.


전시회의 4부는 샤갈이 그의 말년에 쓰고 그린 시와 석판화 삽화들, 포스터 등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영웅은 난세에서 난다고 하듯이, 샤갈은 그의 작품을 통해 1900년도 1차/2차 세계대전, 유대인 핍박 등 어두운 시대를 희망적인 메시지와 함께 극복하고자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샤갈이 당시 민족적인 차원에서의 고난을 성서 속 인물들의 역경에 투영하여 성서에 감정 이입하고 깊게 이해함으로써, 난세가 그를 더욱더 독보적인 예술가로 발돋움할 수 있게 갈고닦도록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코로나로 인한 2년 동안의 강제 칩거에 반발이라도 하듯, 최근 6개월 동안에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하고 전시회도 이곳저곳 다니고 있다. 예술 문외한인 나는 예의 상 전시회를 보러 가기 전 조금이라도 공부를 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처 알아볼 시간이 없어서 전시회 도착 전 조금 아쉽다는 마음이 들었고, 보는 와중에도 미련이 있었는데, 오히려 다 둘러보고 난 후에는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든다. 아마도 사전에 알아봤다면 마이아트뮤지엄에 도착하기도 전에 성경과 기독교/가톨릭 배경 지식을 쌓느라 미리 질려버리고, 전시회 감상에 소홀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후련한 마음으로 글을 마치며 오늘의 감상 한마디는

'이토록 뜻밖에, 성서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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