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피고인의 편지
피고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니
나쁜 일을 즐기는 악한 사람들일까?
2008년부터 변호사로 근무하기 시작한 필자는
변호사 경력이 얼마 되지 않았던 2010년부터 국선전담변호사가 되어 2022년까지 12년을 국선전담변호사로 근무했다
국선전담변호사는, 범죄를 저질러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들만을 변론하는 변호사인 바,
국선전담변호사로 근무하던 필자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범죄자들을 변호하면 무섭지 않나요? “
라는 말이었다.
TV에서 접하게 되는 피고인들은 연쇄살인범 등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인지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들이라고 하면,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악인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리고 그 피고인들의 모든 행동이 악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필자 역시 처음 피고인들을 변론할 때는, 범죄를 저질러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들을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필자는 2010년 처음 국선전담변호사가 되었는데, 그 당시 필자에게 배정된 재판부가 1심 합의부였다.
1심 합의부에서 재판받는 피고인들은, 살인, 강도강간, 특수강도, 현주건조물방화 등 죄명만 들어도 피고인들을 접견하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는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들이었다.
합의부에서 재판받는 피고인들이 저지른 죄는 살인 등 중죄이기에 피고인들 거의 대부분은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필자가 국선전담변호사로 근무하고 얼마 되지 않아
강도죄를 저지르고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던 20대 후반의 피고인으로부터 서신을 받게 되었다.
구치소에 수감되어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형량을 줄이는 것이기에, 형량 감경에 유리한 내용을 적어 변호인에게 서신으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 서신에는 자신의 상황을 변호인인 필자에게 설명하면서,
제가 수감되기 전에 소매치기를 붙잡아
피해자에게 피해품을 돌려준 일이 있었습니다.
00 경찰서로 확인해 보시면 됩니다,
라고 적혀있었다.
소매치기는 대부분 절도죄가 성립하지만, 구체적 상황에 따라 준강도, 강도죄도 성립할 수 있는 범죄행위이다.
강도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333조에 의하면,
“폭행 또는 협박으로 타인의 재물을 강취하거나
기타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라고 규정되어 있다.
위 피고인은 강도죄, 즉 폭행 협박으로 타인의 재물을 강취한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었는데,
위 시기는
국선전담변호사로 근무하고 얼마 되지 않은 시기였다.
범죄를 저질러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 피고인들을 변론하는 것이 서툴고 어렵기만 했다.
그런데
위 피고인을 변론하면서
피고인들이 비록 죄를 저질러 수감되어 있지만,
피고인들이 나쁜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그들도 보통 사람들처럼
옳은 일을 한 사실이 있다는 것,
그리고 옳은 일을 한 것을
자랑하고 칭찬받고 싶어 한다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범죄를 저질러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들이지만,
그 피고인의 모든 행동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피고인에게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