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절벽으로 점점 줄어드는 사람을 대체하는 AI는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 사람 대신 음식을 만들며 서빙을 하기도 하고 물건을 만들기도 한다.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물 위를 배처럼 떠다니는 등 영화 속에서 펼쳐지던 장면은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교통수단이나 관광용으로 수륙양용차가 도로를 달리다 강물로 들어가 물 위를 가르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그뿐인가, 조만간 하늘을 나는 에어택시가 상용화될 것이라고 한다. 상상 속 영화 장면이 현실이 된 것이다.
최근에는 인간 지능이 내장된 AI 인간 모델이 예쁘고 상냥한 매력적 모습으로 회사 이미지를 높이기도 한다. 영상 속의 모습은 인간과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실제 사람 같은 느낌이다. 감정만 없을 뿐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인간에 의해 움직이고 통제되던 영화 속 AI는 발전해서 어느 순간 인간을 통제하고 지배하기도 한다. 불가능하고 재미있는 상상이 현실 세계에서 하나씩 실현되고 있다 보니 언젠가는 이런 상황이 실제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무서운 생각이 든다.
아무 생각 없이 TV 채널을 하나씩 돌리는데 뉴스에서 “죽은 사람과 대화가 가능한 시대”라는 자막이 뜬다. 일반 채널이 아니라 뉴스 자막이라 호기심이 갔다. 물론 지금도 챗GPT와 대화가 가능하지만, 아직 한계가 있다. 그런데 화면에 나타난 모습을 마주하며 대화하는 모습을 보니 훨씬 실감 있게 보였다.
TV 화면 속에서 보여준 장면은 소위로 순직한 아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군복을 입고 씩씩한 모습을 하고 “어머니”라고 부르며 나타났다. 어머니는 화면을 보더니 죽은 아들이 살아 돌아온 것처럼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울면서 반기니 “어머니 울지 마세요”라는 말로 대화가 시작됐다. 안부를 시작으로 그럴듯하게 대화가 이어졌다. 목소리는 실제와 같은 것 같은데 잠깐 비친 얼굴이지만 표정이 자연스럽지가 않았다. 이어서 기자는 앞으로 외로운 사람이 없어지고 보고 싶은 사람을 언제든지 보고 살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했다.
그런 때가 오면 나는 엄마를 소환해서 대화를 하고 싶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할지 당장 닥친 일처럼 머릿속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무슨 말을 할까? 사실 엄마를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다. 엄마에게 나는 어떤 딸이었는지···.
나이를 먹고도 아직 그런 것을 꼭 입으로 확인해야 되냐며 언제 철이 날 것인지 어처구니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물어보고 싶다. 그래서 꿈을 꾼 적도 있다. “엄마한테 꼭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는데”라는 말까지 하면 답을 듣기도 전에 꿈에서 깨어났다.
AI 엄마는 나에게 어떤 답변을 해 줄까? 항상 믿음직한 딸이었다는 말과 듣고 싶은 소리만 골라서 대답해 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말로 다정하게 말을 해 주어도 감정 없는 표정으로 해주는 말은 가슴에 울림이 없을 것 같다. 싫은 소리라도 진짜 엄마와 한 번 만이라도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엄마 마음을 좀 더 이해하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찌 됐건 보고 싶은 사람이나 죽었던 사람과 함께 했던 시간을 회상하며 추억을 공유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세상이 온다니 놀랍다. 다시 만날 수 없어서 슬펐던 이별에 대한 생각도 조금은 위안이 될 것이다. 흥미롭고 좋은 시대가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도 잠시, 줄어드는 인구에 언젠가는 대화 상대가 감정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AI 하고 해야 할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착잡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죽은 사람을 다시 만나지 못해도 사람과 정다운 대화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