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높은 도시 바르셀로나

가우디의 손길

by 양옙히

비를 맞고 아파서 누워있으면서 든 생각은,

'빨리 나아야 놀 수 있을 텐데'였다.

마치 어린 시절 공터에서 친구들과 공을 차기 위해 밥을 마시듯 먹었던 감정이랄까.

바르셀로나는 그런 곳이었다.






토요일이 되었다. 나는 교양수업에서도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는데, 현지가 그렇다.

정치외교를 전공하며 바르셀로나에서 교환학생으로 파견되어있던 현지를 만나기로 했다. 그녀는 이미 6개월째 스페인 생활을 즐기고 있었고, 유창한 스페인어로 나를 반겼다.


집 앞 까탈루냐 광장 옆에 있는 한 정거장은 토요일이 되어야만 버스가 온다고 했다. 그 버스는 바르셀로나 어디에서 보이던 산 위에 있는 성당을 종착역으로 하며, 그 성당이 있는 유원지의 이름은 티비다보라고 했다.


IMG_5050_사본.jpg ▲ 바르셀로나 곳곳에서 보이던 티비다보의 모습. 산 정상 위에 있는 유원지이다.

현지는 자신도 처음 가본다며, 버스 기사에게 이 버스가 우리가 향하는 목적지에 가는지 물었고, 버스기사는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아마 이때부터 마음속에 제2 외국어를 배우는 것에 대한 동경이 생긴 것 같다. 후에 스페인어와 독일어 수업을 듣고, 프랑스어를 배우며 프랑스로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시초가 되었다.


오랜만에 만난 그녀와 수다를 떨며 버스에서 스페인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르게 생긴 버스에 의자에는 온갖 낙서가 가득했다. 손때 묻은 시트와 공공장소에서 애정행각을 하는 커플,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스페인어가 가득한 버스 공기였다. 이국적인 향을 맡으며 드라이브를 즐기는데, 이 버스는 실내 주요 장소를 거쳐 산을 오르려고 했다. 주요 장소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가 만든 카사 밀라와 카사 바트요였다. 특이하게 생긴 건물 앞에 사람들은 줄을 서서 사진을 찍었고, 다른 행성에 온듯한 건물의 형상은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11_2.jpg ▲ 티비다보 파노라마.

가우디에 대한 이야기와 그녀의 타지 생활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버스는 멈췄고 우리는 티비다보에 도착했다. 회전목마와 대관람차, 작은 바이킹 정도밖에 없는 유원지였지만 뒤편에 있는 성당 계단에 오르면 바르셀로나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나는 유럽의 지중해가 좋다. 어떤 다른 요소보다 바다를 사랑하는 유럽인들의 마음이 느껴진다.

우리는 바다마저 손에 쥐기 위해 오션뷰라는 이름으로 상업적인 건물을 지어 쟁취하고자 한다.

하지만 유럽 어디에서든 바다는 개방되어 있었다.

도시의 끝인 티비다보에서 본 바다도 막힘없이 보였으며, 모든 해변에는 산책길이 있는 것이 유럽인들의 마음이다.


그녀와 한국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낮에 봤던 가우디의 건축물들이 아른거렸다. 그의 사망은 당시 90년 전이었는데, 한 세기쯤 지나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영감을 줄 수 있다는 것에 존경심이 생겼다.


IMG_4979_사본.jpg ▲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앞 공원에서 찍은 사진. 이 사진에서 보이는 부분은 가우디, 뒷부분은 가우디의 제자가 제작했다.
IMG_5016_사본.jpg ▲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내부.


그와 더욱 가까워지고자 다음날 그의 다른 작품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을 찾았다. 이 건축물은 가우디가 1882년 가우디의 스승이 착공했으나, 건축 의뢰인과의 의견 대립으로 1883년부터 가우디가 맡게 되었다. 이후 40여 년간 가우디는 건축에 열정을 기울였으나, 1926년 사망하였고, 건축 자금을 후원자들의 기부금만으로 충당하느라 가우디 사후 100주년인 2026년에나 완공될 예정이다. 사진에서 보이는 빛들은 조명이 아닌, 구멍을 뚫어 태양빛이 실내로 쏟아지게 만든 것으로, 스테인글라스와 함께 부드럽지만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성당 곳곳에는 가우디가 남긴 흔적을 볼 수 있었다. 문 한 짝에도 어떤 사연을 담았는지, 첨탑 하나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 세심한 그의 손길을 알 수 있었다. 나는 투어를 따로 신청하지 않아서 사전에 많은 공부를 하고 가야 했는데, 공부하는 만큼 보이는 곳이었다.


11_5.jpg ▲ 구엘공원의 전경.

그의 흔적을 조금 더 좇기로 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에서 도보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그가 만든 공원인 구엘 공원이 있다. 가우디의 후원자였던 에우세비 구엘이 설계를 의뢰해 지은 공원으로, 인체 공학적인 벤치와 알록달록한 디자인이 특징인 공원이다. 버스가 아닌, 도보를 통해 바르셀로나를 느끼며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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