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여행_0025
어느덧 한 선생 문화센터 포크기타 수업의 여름강좌가 시작되었다. 6, 7, 8월 여름 동안의 강좌이고, 봄 강좌의 1/3 정도의 인원은 새로운 2명의 신입생으로 채웠진다.
한 명은 혼자 Youtube로 기타 연주를 보고서 배우고 싶어 찾아온 중학교 2학년 학생이다. 처음 기타를 접할 때의 몇몇 코드조차 알지 못하는 녀석이 기타를 배우겠다고 무작정 문화센터 기타 수업을 신청한 모양이다.
그렇다. 잠시 잊고 있었는데... 문화센터 포크기타는 개인레슨도 아니고, 수준별 기타반을 나누어 운영되지도 않는다. 매번 새로운 강좌가 시작되면 신입들이 생기고 또 나가니 수업 내용의 수준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곧 한스 선생 수업을 이번 여름강좌까지만 듣고 새로운 스승을 찾아 나서야 될 터이다.
다른 한 명은 중년의 뿔테 안경의 기타 작은 다부진 작은 몸의 중년 남자이다. 나보다 5살 이상 나이가 있어 보이고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이다. 예전에 기타를 몇 번 연주를 해 봤으나 기본코드 몇 개 외에 바래코드는 전혀 배우고 연주해보지 않은 것 같다. 오늘 수업 중의 대부분을 혼자 코드 연습으로 시간을 보낼 터였다. 한 선생의 친절하고 꾸밈없이 털털한 친근한 말투로 자세한 손가락 위치와 각도 등을 설명해 줄 것이다.
지난주에 이어 오늘도 Let it be를 연습한다.
“새로운 분들도 있고 설명을 다시 해 드릴게요. 우리가 배울 Let it be를 마치 앙상블처럼 연주할 건데요. 베이스런 배웠죠? 코드 잡기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분들과 익숙한 분들을 단계로 나누어서 초급, 중금, 고급 버전으로 나누어서 연습을 해 볼게요.”
예전부터 그랬지만 이제는 고정멤버 5명의 수준은 파악이 완료되었고, 신입생 수준을 파악한 후 수준에 맞는 교습법이 가이드된다. 노래에 맞추어 코드 잡기도 어려운 초보는 단순한 스트로크와 중간의 어려운 코드는 생략, 중급은 원곡과 비슷하게 모든 코드를 넣어가며, 고급은 애드리브(베이스런)와 원곡과 가까운 변화되는 주법을 섞어가며 연습한다.
“지난주에 Dm7 코드 잡는 법 설명드렸지요?” 한 선생이 나를 쳐다본다.
“네에~”
개인 점검 시간이 되어 나의 연주를 바라보며..
“Am 다음에 F코드 다시 잡아보세요.”
“Am 코드 다음에 F코드로 넘어갈 때 바래코드로 잡을 때는 검지 손가락부터 잡고 나머지 가운데와 약지, 새끼손가락을 잡아야 돼요. 다시 해 보세요!”
쉽지가 않다 결국은 동시에 F코드의 검지, 중지, 약지, 새끼 모든 손가락을 한 번에 잡는 연습이 되어야 하지만 검지를 세워 바래코드를 먼저 잡도록 연습을 해야 한다고 하니... 코드의 연결이 항상 반에반 박자 늦어진다.
“빠르게 연습하지 말고, 천천히 검지로 먼저 가고 누르고 나머지 손가락들을 동시에 누르듯이 연습을 하세요. 해 보세요.”
검지를 바르게 세우고 놓으나, 나머지 손가락의 위치를 찾고 있어서 검지를 먼저 누르고 나면 나머지 3개의(중지, 약지, 새끼) 손가락의 위치를 찾아가는데 눌러진 검지 손가락이 흔들리고 다시 잡아줘야 할 터이기 때문에 연결이 되지 않는다.
“아니 검지부터 누르라니깐, 자꾸 다른 손가락부터 잡고서 검지를 누르려고 하니깐 박자가 늦어지는 거예요. 연습을 천천히 검지부터 누르는 연습을 해야 돼~~.” 검지 손가락을 바래코드로 먼저 옮기지 않으면 기타 코드 소리를 빨리 내기가 어렵다는 한 선생의 말은 이해하지만, 반복되는 한 선생의 설명과 잘 따라오지 않느 나의 손가락 때문인지 조금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더위 탓인가?
“여러분 뇌 과학적으로 천천히 하고 나서 익숙해지면 속도를 높이는 게 학습효과가 더 나요. 이건 내 얘기가 아니고 과학적으로 증명된 얘기니까요.”
Am -> F, C, Dm7, C 코드 연결 부분만 약 10분간 연습하고 신입생 소개로 한 선생 수업은 오늘도 마무리된다.
“선생님, 저기 다음 시간에 카포 사용법 좀 가르쳐 주세요. 카포 사용하는 악보들이 있는데 그냥 Tab 보고 따라 하려고 하는데, 그래도 일단은 카포 사용법을 설명을 듣고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그래요 다음 주에 할 테니깐. 수업 시작하면 다시 한번 물어봐야 까먹을 수 있으니깐~”
수업이 끝나고 강의실을 나오면 문 앞의 빨간색 가죽 슬리퍼가 눈에 띈다. 발목을 감싸는 가죽줄에 구멍으로 길이를 조절할 수 있고, X모양의 빨간 가죽 슬리퍼이다.
‘아.. 한 선생 신발이구나!’
푸들 파마머리, 흰 브리지, 빨간 가죽슬리퍼... 먼가 관련이 없어 보이는 것들이 같이 모여 기타와 음악이라는 시간과 공간 속에 조화를 이루려고 애쓰는 모양이다.
다음날 상가 2층 교회 예배당에서는 안 선생의 통기타 수업이 있다. 이번 주는 대통령 선거가 겹쳐서 수업이 화요일에서 목요일로 변경되었다. 오늘은 처음으로 상급책 ‘핑거스타일’의 곡을 배우는 날이다.
처음의 곡들은 ‘나비야’, ‘비행기’, ‘올챙이’... 등 아기들 동요노래이다. 너무 쉬운 리듬과 악보이지만 6줄의 기타의 각 플렛을 넘나들며 익숙하지 않은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여 눌러주어야 한다. 노래 가사, 리듬을 우선 둘째 치고, 손가락의 위치를 찾아서 움직이는데도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스트레스받지 마세요. 그러다가 슬럼프 오면 안 되니깐... 오른손은 줄을 건드려준다는 느낌으로 가볍게 우선 연습하시면 됩니다.”
“여기서 연습 팁을 드리자면 예전에 크로메틱 연습한 거를 이번에는 베이스음을 같이 튕겨주고서 크로메틱 연습을 하는 걸로.. 해 보세요.:”
쉽다. 매일 하는 손가락 연습처럼 익숙하다.
“그리고 추가로 비법을 알려드리면, C코드를 잡아보시고 거기서 베이스음 C음(약지)만 잡고 있는 상태에서 나머지 손가락 3개(검지, 중지, 새끼) 손가락을 차례로 3번 줄 1,2,3 플렛 누르고 다음 아래 2번 줄 1,2,3 플렛 누르고, 마지막 맨 아래 1번 줄 1,2,3 플렛을 누르는 건데요. 해보세요.”
고정된 약지 손가락을 누른 상태에서 나머지 손가락을 움직여야 하니 손가락이 다시 뒤틀리고 안 쓰던 손가락 근육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아마도 그다음 베이스음을 C음(5번 줄)에서 6번 줄, 4번 줄로 바꾸어 가면서 연습을 또 해 나가야 할 판이다.
“여기서도 중요한 게 있는데 플렛을 올리면서 누를 때는 예전의 손가락을 누른 상태에서 다음 손가락을 눌러 주면 소리가 맑고 자연스럽게 돼요. 아니면 한음, 한음 끊기는 음이 되니깐 결국 연주를 하기 위한 연습이 안되니깐 꼭 명심하세요.”
그렇다. 기타 연주도 스타카토처럼 한음, 한음 끊어치는 것이 아니라 음들이 리듬과 함께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소리가 더해지고 해서 마치 오케스트라 합주처럼 기타 연주가 풍성하고 원곡과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이어서 여러 동요를 하나씩 연습해 나간다. 수업시간에 열심히 하지 않으면 어차피 집에 가서 숙제로 돌아온다는 걸 알기 때문에 집중, 또 집중하여 늘어진 동요 노래처럼 때로는 노래가 아닌 기타 줄 하나하나를 조율하려고 소리를 순서 없이 내어보는 것처럼 쉬지 않고 연습을 계속해 나간다.
“그래도 갈 때는 기분 좋게 가야죠?, 110페이지 안 해봤던 곡인데 ‘사랑했지만’ 해볼게요.”
이어서 ‘비 오는 거리’ 퍼커시브 연습과 ‘두 바퀴로 가는 자전거’를 연속하여 연습한다.
“다음 시간 전에 숙제가 있는데, 핑거연습 C코드 C베이스음을 잡고 손가락 연습하는 거와 베이스를 4,5,6번 줄과 함께 핑거연습하는 거 많이 해 오세요.”
초여름의 첫째 주 한스, 안스 기타 교실이 이렇게 마무리가 되어간다.
좋아하고 연주하고 싶은 여러 곡들을 찾고 화려하게 연주할 것만 같았던 몇 개월 전 생각들이 지금 돌아봐 보니, 아직 갈길이 너무나 멀어 보인다. 아마도 그 길은 내가 누군가 대중적인 평가를 받기 전까지는 멀게만 느껴질 것이다.
코드 하나에도 정확한 위치와 소리를 온전하게 익혀야 하고, 손가락 핑거스타일에도 자연스러운 위치 변화와 연주법을 익혀야 하고, 악보를 보는 연습과 전문용어들도 공부해야 하고, 합주나 연주를 위한 피아노, 드럼, 베이스 등과의 호흡을 위한 여러 가지 중요한 것들을 더 배워할 할 것이다. 나중에 기타 연주자를 떠나서 음악, 밴드의 디렉터(PD)가 되어 음악을 즐 길 그날을 기약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