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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삼총사, 핑거스타일, 대통령선거

기타 여행_0024

by WaPhilos

11시 3분 전 상가 2층 안스 기타 교실이 열리는 5평짜리 교회예배당 앞 유리문 앞쪽으로 기타를 들고 걸어간다. 멀리 유리문 앞 2개의 밴치에는 3명의 남자가 나란히 앉아 있다. 한 명은 제네시스 G90, 한 명은 그랜져 신형, 나머지는 모르겠다. 3명은 동시에 상급반으로 올라온 50~60대에 접어든 큰 형님들이다. 수업도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율 100%에 가깝고 실력도 다른 여자 2명보다 낫다.

“그거는 일단 금액을 받아보고 나중에 정식 입찰을 해 봐야지!”


제네시스를 모는 올백의 짧은 머리의 정작을 잘 차려입는 마른 남자가 통화 중이다. 중소기업의 임원일 것이다. 이 시간마다 자리를 비우고 기타를 배우러 오다니... 점심시간이 11시부터 시작한다면 그 시간을 이용해서 기타를 배우러 올 수 있으나, 일반 직원이 그 정도로 모험을 할 수는 없다. 아마도 임원정도는 되어야 어느정도 시간의 여유를 갖고 매주 같은 시간 기타를 배울 수는 있는 것이다. 그 사람보다 아이를 돌보고 휴직 중인 지금의 내 처지가 저 낫다고 볼수 있지만 제네시스 G90 차 정도는 없다. 그저 저 차량은 회사 법인 차량으로 임원에게 주어진 차량 같아 조금은 부러울 뿐이다. 그 남자의 지갑에 고이 꼿아둔 법인 카드와 같이 말이다. 쩝.

기초반 수업의 대부분의 아줌마와 젊은 여자 몇 명, 아저씨 한분 정도가 순서대로 유리문을 들어서고 이제 그 무리가 정해진 자리로 조심히 앉는다. 긴 의자의 벽 끝에는 교습소의 공짜 기타가 한 두개씩 세워져 있기에 조심히 앉지 않으면 기타가 쓰러지는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운송업 또는 자영업을 하는 듯한 큰 밴을 모는 안경 아저씨가 조금 늦게 들어선다. 그리고 BMW 아줌마와 키 작은 아줌마, 7명이 모두 모였다.

“우선 ‘사랑으로’ 멜로디로 손가락으로 개인연습 해 볼게요”

지난주와 같이 멜로디 연주를 진행한다. 지난주보다는 더 나은 리듬과 음정으로 손가락 연주를 진행한다.

“자 이제 같이 해 볼게요.” 역시 지난주 보다 낫다 박자를 놓치지 않고 끝까지 마무리한다. 단지 손가락의 손톱과 살의 기타 줄을 튕기는 부분이 일정하지 않아 멜로디의 음이 아름답거나 일정한 멜로디의 흐름을 이어주지 못하는 느낌이다. 마치 ‘오늘은 멜로디 각 음과 손가락 위치를 맞추고 어떻게든 소리를 내는 것으로만 만족 할 거예요!라고 기타소리를 내고 있다. 음의 강세와 음정의 정확함은 그 다음이다. 연습과 시간이 더 필요하다.

“잠깐만요. 오늘은 지난주에 말씀드린 새 책을 드릴게요.”

몇 주 얘기했던 그 책이다. 새 책의 제목은 ‘핑거스타일’이다. 책을 대충 훑어보니 초급, 중급에 있는 곡들과 일부 추가된 몇 곡들의 TAB악보 들이다. 그렇다 핑거 스타일은 핑거(손가락)로 연주하는 TAB악보의 모음집이란 것이다.

“칠판에 좀 설명을 드릴게요.”'


TAB악보 관련하여 6개 줄의 뉘어 놓은 모습과 각 줄과 플렛의 번호의 표시 등을 설명해 준다. 분명히 TAB악보에 더 해지는 연주법 표시, 애드리브(Pull off, slide, banding 등)에 대한 기호 등도 천천히 설명이 될 것이다. 약 3개월 코스로 보이는 책이다. 하지만 정작 나한테 필요하거나 좋아할 만한 곡들을 고른다면 아마도 1/3 정도로 줄지 않을까 생각된다.


연습을 위해서 모든 곡들을 연주하는 것도 좋지만 전혀 좋아하거나 부르거나 하지 않을 곡이라면 꼭 연습을 위해 필요한 곡 이외에는 관심이 많이 떨어진다.

“공짜는 아니에요. 각 15,000원입니다.”


다소 가격이 높다. TAB 악보를 직접 그린 것은 아닐 텐데... 어쨌든 준비하고 출력한 것만 해도 그 정도는 싼 편이다. 우선 곡이 약 100개 정도가 되니 말이다.


“첫 페이지의 ‘나비야’를 연주해 보세요.”


이렇게 쉬운 곡이 처음으로 연습하는 곡이다. 하지만 알게 되었다. 수업생의 거의 전체의 학생들이 나를 비롯하여 TAB악보로 연습을 하지 않았던 사람들 이란 것을...


나도 겨우 2개월 정도밖에 TAB악보로 연습을 하지 않았는가? 3 핑거 곡을 찾다가 어느덧 TAB악보 곡을 4~5개 정도 연습하고 익혔던 것이다.


두 번째 곡은 올챙이라는 곡이다.

“두 번째 곡도 연주해 보시고 어떤 노래인지 아시게 되는 분은 꾀 잘 치시는 분이에요.”

두 번째 곡도 바로바로 손가락으로 연주를 해 보았다. 잘 치지는 못하지만 바로바로 수정을 하며 계속하여 연주를 해 내려간다.


“탄아? 핑거 스타일 곡은 어때? 할만해?”

“네 괜찮아요. 예전에 좀 쳐 봤던 곡이 있어서 이 정도는 괜찮아요.”

캐나다 이민 간 탄이가 나타났다.


“누구예요?” 맨 앞줄 아저씨가 묻는다.

“기타 배우다가 캐나다로 이민 간 남학생 이에요. 거기는 지금 저녁시간...”


수업생들의 개인 연습이 계속된다.


“타니아 영어는 많이 늘었어? 한국말은 안 까먹었지?”

그냥 묻는 말이다. 이민 간 지 1년도 안 됐는데 한국말을 까먹을 리가...


“아... 맞다. ‘사랑으로’ 곡을 애드리브 넣어서 아르페지오로 연주해 볼게요.” 시간이 조금 남았는지 수업시간을 잘못 계산한 것인지 안 선생이 첫곡을 다시 펴고 아르페지오 애드리브 연주를 다시 하자고 한다. (그렇다. 중급 수업은 같은 내용, 같은 분량의 정해진 그 주의 수업이 진행된다. 문화센터 한 선생보다 수강생이 3~4배는 많으니 모두 같은 진도로 묶어진다.)


사랑으로 곡의 연주를 애드리브로 연주하고 특히 새로 배워 익힌 베이스런 E> F, G> A코드의 연결 부분을 넣어주며 연주를 마무리한다.


“다음 주는 대통령 선거가 있으니깐 부득이 휴강을 할게요. 그러면 목요일 오전 11시 같은 시간으로 괜찮으신가요?”

“네엡”


모두들 괜찮다. 아줌마, 아저씨, 아저씨 형님들 모두 다 말이다.

이어지는 하이코드 연주를 위한 연습곡이 이어지고 바래코드 F, G, A, B, C, D와 Bm, Cm, Em 코드가 나오는 곡들을 연습한다. 왼손 손가락이 뻐근하다. 뻐근하지만 바래코드는 더욱 소리가 맑아지고 살아난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할게요.”

“탄이는 잠깐 남아 하이코드 안 되는 거 다시 좀 하고 끝내자.” 탄이는 분명 안 선생의 지인이나 손자뻘일 것이다. 추가 개인레슨 지도까지 해 준다.


시간이 빠르다. 벌써 봄이다 했던 거 어제 같은데 이제 곧 6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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