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를 통해 얻은 주니어의 값진 깨달음 -by 도푸지
'헛' 혹은 '앗', 이 두 감탄사의 무게를 아십니까. 누군가 이 감탄사를 내뱉을 때면 제 심박수는 올라가고 등줄기는 서늘해집니다. '나, 혹시 뭐 실수했나?!' 하면서요. 그리고 슬픈 예감은 틀리질 않더군요. 인간이기에 하게 되는 실수들, 그리고 그 실수를 수습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해 봤습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아직도 간담이 서늘합니다
제가 인턴으로 업무 시작한 지 두 달 정도 되었을까요. 이제 가이드라인 없이도 일할 수 있게 되어 제법 손이 빨라졌을 시기였지요. 자신감도 붙었고요. 그날은 유난히 바쁜 날이었습니다. 올라가 있던 공고들의 서류전형 결과를 발표하는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수시채용을 활발히 하고 있던 터라 결과 안내해야 할 공고만 자그마치 7,80개에 달했었죠. 인턴 시절, 채용 운영성 업무의 대부분을 맡았기에 거의 혼자서 결과 안내를 해야만 했습니다. 공고들의 서류전형 결과발표일이 모두 같았기 때문에, 그날도 부지런히 결과를 내보내고, 면접과 코딩테스트를 어레인지 했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마무리되고, 결과 안내도 무사히 마쳤습니다.
그로부터 3일 정도 지났을까요. 채용 메일함으로 문의 하나가 들어왔습니다. 메일 제목을 보는 순간, 심장이 쿵쾅거리고, 간담이 서늘해지며, 등에서는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00 공고 지원자인데, 서류전형 결과 언제 나오나요?'라는 제목으로 메일이 날아왔기 때문입니다. '헛...' 소리가 절로 나더군요. 설마-설마... 하며 전형 안내 목록에 들어가 해당 공고의 서류전형 결과가 제대로 나갔는지 확인하려는데, 결과 안내 목록에 해당 공고가 검색되지 않았습니다. 네,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더군요. 해당 공고의 서류 결과가 나가지 않았던 것입니다.
실수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하지만,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실력이다
실수의 수습은 깔끔한 인정에서부터
그날, 저는 사수님이 상황을 수습하는 모습을 보며 미안함과 죄책감도 느꼈지만 무엇보다 '어떻게 실수를 수습해야 하는가'를 많이 배웠습니다. '아, 역시 선배는 다르구나' 싶었던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먼저 사수님은 문제를 인지하고는, 해당 공고 평가자들에 가감 없이 상황 공유를 하셨습니다. 꽤 오래전의 일이라 정확한 워딩은 아닐 수 있지만, 아래와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
'본래 몇 월 며칠까지 서류전형 결과 안내가 나가야 했으나, 담당자의 착오로 결과 안내가 나가지 못했다. 미리 평가 리마인드를 드리지 못했던 점 죄송하다.'
즉 어떤 부분에서 착오가 있었고, 사과할 부분은 명확히 짚어내며 실수가 났음을 깔끔하게 인정하신 것이지요.
공유는 신뢰를 이어간다
단순히 인정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입니다. 문제 상황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현업과 회사의 입장에서는 이슈를 잘 마무리하는 게 우선이니까요. 선배님은 빠르게 아래와 같은 말도 함께 덧붙이셨습니다.
'지원자가 많지 않고 결과 안내가 늦어진 만큼, 가급적 오늘 중 평가 결과 입력해 주시면 바로 안내드리겠다. 월 중순에 결과 안내가 나가는 공고가 많다 보니 담당자가 더블 체크를 미처 못한 것 같다. 앞으로는 월 초 한 번씩 더 체크하며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
즉, 어떻게 해당 이슈를 수습할 것인지 공유하고, 현업에도 명확한 가이드를 주신 것이지요. 실수가 났음을 인지하고 빠르게 수습 방향성을 공유할 뿐만 아니라, 실수가 나게 된 약간의 배경과 함께 재발 방지책을 안내해 주신 점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사실 우리는 상호 신뢰관계 속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현업은 HR에 좋은 인재를 적시에 채용해 줄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이 있겠지요. 안정적인 운영도 그 믿음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고요. 그러나 이렇게 운영 과정 속에서 한 번의 실수는 그 믿음에 의심을 품게 합니다. 그 상황에서 실수에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하고, 덮기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면 불신은 또 다른 불신을 낳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수를 깔끔하게 인정하고, 상황을 공유하며 앞으로의 대책을 제안하는 것은 '아, 저 사람의 방지책 대로라면 그래도 다시는 이런 일은 없겠구나'라는 생각으로 이어지며 다시 신뢰를 회복하게 되죠. 실수를 제대로, 잘 수습하는 것은 단순히 일을 마무리하는 것에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신뢰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며 협업을 수월히 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실수를 했던 그날, 사수님이 제게 해주셨던 명언이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실수를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실력이다"
실수는 가급적 하면 안 되겠지만, 실수는 값진 경험이 되기도 합니다
실수를 하고 사수님의 대처 방법을 보며 많이 배우기도 했지만, 실수는 눈물이 돼(다행히 떨어뜨리진 않았지만) 마음에 많이 남았습니다. 값진 깨달음이 되었거든요.
먼저, 실수는 방심했을 때 나곤 합니다. 손이 익어서 업무에 속도가 붙기 시작할 때, 그 타이밍이 가장 무섭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왜 그 시점이 가장 실수가 많이 날까 생각해 보면 자신감도 생겼겠다 긴장이 풀리고, 살짝 타성에 젖어 일을 하게 될 여지가 있는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긴장을 늦추는 순간 실수는 쉽게 발생합니다. 빨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더 중요한 것은 정확성임을 다시금 새기게 되었습니다. 저에겐 수많은 지원자들 중 하나의 실수지만, 지원자에게는 그것이 저희 회사 채용의 이미지 전부가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당시 방심하고 소홀했던 크로스체크, 더블 체크는 과하지 않다는 걸 마음에 새겼습니다.
그리고 그 실수는 업무 프로세스를 다시금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물론 일차적으로는 공고를 하나 누락해 버린 제 탓이 크긴 하지만, 크로스체크를 할 만한 시스템적 프로세스 혹은 장치가 만들어졌더라면 어땠을까요. 혹은 결과 안내가 나가지 않았다는 알림을 줄 수 있었다면, 제가 놓치지 않고 모두 서류 결과를 내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요? 인간이 하는 수작업에는 분명 오류가 있을 수 있기에, 자동화할 수 있는 부분은 컴퓨터의 힘을 빌리는 게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후엔 작은 장치이긴 하지만 엑셀 시트에 결과 현황판을 만들어 결과 안내가 나가지 않은 곳에는 시각적으로 결과가 나가지 않았음을 표시해 주는 차트를 만들어 운영하게 되었고, 이후 결과가 제때 나가지 않는 일은 거의 없었죠.
그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월 중순에 몇 십 개나 되는 공고들의 서류전형 결과를 한 번에 내려고 했던 것일 겁니다. 그 후로 월 초부터 현업 평가자들에게 서류평가 리마인드를 드리고, 꼭 중순에 몰아서 결과 안내를 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미리 낼 수 있는 공고들은 월 초에도 분산해 내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수를 하고 나서 마음 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수를 하고 나면 죄책감에, 미안함에, 당혹스러움에,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도는데요. 실수를 통한 반성과 성찰은 좋지만, 과한 자책과 함께 계속해서 그에 매몰되는 것을 주의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수에 매몰되는 순간, 아무것도 못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없으니까요. 부정적인 기분에 내내 휩싸여 있기보다는, 실수 너머를 고민해 보는 건 어떨까요. 사수님도 자칫 제가 실수에 지나치게 매몰되는 걸 막아주려, 저를 매점으로 끌어내 리프레시해 주셨던 것 같아 새삼 감사하네요 :) 실수가 나더라도 어떻게 하면 실수를 방지할 수 있는지, 기존 프로세스에서 문제 되는 건 없는지 등을 고민하는 게 더 건설적이라는 걸 두고두고 곱씹어야겠습니다.
- Editor_도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