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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과 질투가 이끈 주니어 PM의 길

질투가 보여준 아주 솔직한 내 마음 - by 롤라

by 주라기
창업 수업을 듣지 않았더라면, 마케팅 인턴 동기가 서비스 기획 팀으로 이동할 때 내 솔직한 마음에 귀 기울이지 않았더라면 저는 과연 PM의 길을 걸을 수 있었을까요. 주니어 PM이 되기까지, 그 과정과 커리어 고민을 담았습니다.


Part 1. 직무와 회사 선택의 지난한 과정

나를 IT 업계로 이끈 한 교양 수업


대학생 때, 학회 선배님께서 진로 고민이 있는 동기에게 '네가 관심 있는 산업군을 먼저 정해보라'라는 조언을 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저는 이 말에 공감합니다. 먼저 산업군을 정해야 그 안의 수많은 직무에 대해 알게 되고, 그렇게 해당 산업군에서 인턴 경험을 쌓으면서 자신에게 잘 맞는 직무를 찾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저는 확실히 IT 업계를 가고 싶어 했습니다. 물론 어릴 때부터 IT 업계에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닙니다. 일단 주변 어른 중에 IT 관련 직무를 갖고 있는 분은 없었고, 저는 소위 '컴퓨터를 잘 다루는 학생'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초등학교 기술시간에 타자 속도 평가 꼴찌였던 기억이 있습니다;;ㅋㅋ) 기술 쪽에는 관심도 두지 않았죠... 다만 무언갈 만들고 기획하는 일에는 항상 흥미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 제게 꽂혔던 키워드는 바로 '창업'이었습니다! 대학생 때 친구가 주변 사람이 창업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어찌나 재밌던지, 다음 학기에 저는 바로 교양 수업에서 창업 수업을 들었습니다ㅎㅎ 운 좋게도, 그 수업에서 컴퓨터 공학과 학생과 같은 팀이 되어, 처음으로 플랫폼 서비스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당시 팀 내 유일하게 디자인툴을 다룰 줄 알았던 제가 UI/UX를 담당하며, 처음으로 개발자와 프로덕트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보았습니다.

주민들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구상한 것이 내 첫 프로젝트였다


이후로 이런 IT 서비스를 만드는 것에 눈이 뜨였고 새로운 서비스를 찾아보는 걸 좋아하게 됐습니다. (오죽하면 제 취미가 앱스토어 인기 순위 구경하고 친구들에게 앱 추천해 주는 것이었죠) 그리고 처음으로 PM이라는 직무도 알게 되었죠. 제가 만약 이 수업을 안 들었으면 IT에 관심을 가졌을까 싶네요. 참 식상한 말이지만, 저도 그래서 20대 때 최대한 많은 걸 경험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케팅과 서비스 기획, 결정타가 된 나의 질투


'기획'과 가까워진 시간들


이렇게 IT 서비스에 대한 흥미와 함께 기획에 대한 관심도 여러 활동을 통해 펼쳐갔는데요, 먼저는 교내 문화 행사를 기획하는 동아리에서 팀장이 되어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까지 진행해 보았습니다.

주라기의 복선..!ㅎㅎ 열심히, 즐겁게 임했던 행사 기획 동아리

이 시간 동안 아주 재밌게 행사 기획을 경험했는데, '이 재주를 어떻게 시장으로 가져올 수 있을까?' 고민했을 때 떠오르는 건 프로모션 기획이었고, 그렇게 전 마케팅 학회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처음으로 기획서라는 걸 작성해 보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배우게 된 고마운 학회였죠.

도푸지와 함께 밤을 새우며 준비했던 학회 공모전..


'서비스 기획'으로 향했던 여정


마케팅 학회까지 모두 수료하고 나니 마케팅을 계속할지 고민이 되더군요. 당시 창업에 대한 마음도 떨치기 어려웠기에 먼저 창업팀 매니저로 일했습니다. 운영 매니저라고는 하지만 워낙 사람이 적어서 이것저것 다 하다 보니 베타 서비스 기획에 참여하게 되었죠! 창업팀에서 일하면서 가장 재밌었던 일이었습니다ㅎㅎ 다만 창업팀에서 일하면서 험한 일이 참 많고, 미래가 보이지 않았기에 얼마 못 가 팀을 나오게 되었습니다. '일은 재밌지만 창업은 아직이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즐겁게 일했던 스타트업 인턴 시절

그 후로는 이전의 마케팅 활동 이력을 살려 마케팅 인턴으로 IT 기업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특히 처음에는 스타트업에서 마케팅 인턴을 했는데, 일의 주도권이 많아 정말 즐겁게 일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그때 IT 회사에서 처음으로 보게 된 PM분들이 멋지고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죠. '아, 나도 서비스 기획 재밌게 잘했었는데...' 하면서요.


그러던 중, 직무 전환을 결심하게 된 결정타가 있었는데요, 바로 저의 마케팅 인턴 동기가 서비스 기획 인턴으로 부서 이동을 하게 된 일이었습니다. 동기가 서비스 기획 팀으로 나가는 걸 보는데.. 솔직히 너무 부러웠습니다. (오죽하면 다른 인턴 분들이 "진짜 부러우신 거 같아요" 하셨답니다) 그 순간, 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 후로는 지원서도 서비스 기획 직무로만 썼고, 그렇게 지금 회사의 신입으로 입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직무 고민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인턴 당시 회고록

그래서 저는 가끔 자신의 무얼 좋아하는지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내가 누굴 질투하는지'를 확인해 보라고 합니다. 유튜버 이연님도 이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내가 유독 부러워하는 사람이 가진 것이 무엇인지를 보면 결국 자신의 질투가 어딜 향하는지, 그 솔직한 마음을 알 수 있습니다.




Part 2.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신입사원의 고민

인턴과 신입의 부담이 다른 이유


일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


저는 IT 스타트업과 대기업에서 두 번의 인턴 생활을 하고, IT 대기업의 신입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요, 인턴 때와 신입 때 가장 달랐던 것이 무엇인가 하면, 일의 초점이 달랐던 것이 가장 컸습니다. 제 기준에서 인턴의 포커스는 취업을 위한 평가에 있고, 신입의 포커스는 일의 성과입니다.


인턴을 할 때는 아무래도 여러 동기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죠. 그래서 저도 정말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만 열심히 하기는 했어도 그게 일의 본질과 가까웠는지는 의문이 있습니다. 인턴 때에는 제게 주어진 일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평가의 소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맡겨진 일을 열심히 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이것이 저의 자질이나 태도를 보여주기 위해 어필하는 수단적 성격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입으로 들어오면 평가에 대한 부담이 아니라, 내가 1인분을 해야 한다는 실무자로서의 부담감이 생깁니다.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기보다, 결국엔 잘 해내야 하죠. 이 말은 결국 일의 성과에 대해 더 근본적으로 접근하게 된다는 것인데요, 윗선의 평가나 자기만족 측면의 열심보다도 진짜로 내가 이 일의 담당자로서 잘 해낼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새로운 관점에서 뻗어가는 커리어 고민


아마도 이 때문에 일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의 한자리를 얼른 꿰차고 싶었던 인턴의 시각에서 벗어나 ‘내 일에서 어떻게 내가 차별화될 것인가’의 문제를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죠. 즉, 인턴과 신입은 일을 통해 갖는 목적과 부담이 다르기 때문에 일을 접근하는 근본적인 태도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런 순간에 다른 사람의 인사이트를 적용하기보다는 나만의 고민을 결과물로 내놓으면 어떨까요. 우리에게 마주한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 그 시간들은 곧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기에, 고민 가득한 커리어 여정에서 우리 모두 나름의 답변을 만들어 가길 바라겠습니다.


- Editor_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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