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주한 기쁨의 순간과 통곡의 벽 - by 도푸지
일을 꾸준히, '잘' 해내기 위해서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는 '자기 알기'가 필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강점은 부각하고, 약점은 보완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지요. 강점을 깨닫게 된 신입사원 ‘희망 편’, 그리고 부족한 점을 여실히 느끼게 된 '절망 편' 그 못다 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약간의 크리에이티브와 사람들과의 호응은 나의 힘!
채용 담당자로서 가장 기쁘고 뿌듯함을 느낄 때는 단연 공들여 영입한 사람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퍼포먼스를 낼 때입니다. 채용 담당자라면 대부분 공감할 순간이겠지요. 또한 함께 일할 사람들이 채용되면 현업에서 종종 감사 인사를 듣기도 하죠. 그럴 때면 얼마나 뿌듯하고 행복한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영입의 과정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습니다. 반복되는 전형 운영의 과정이 수반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영입의 과정 속에서 저는 저만의 기쁨과 즐거움을 찾곤 합니다.
저는 채용의 전 과정 중에서도 지원자를 유혹하고, 우리 회사에 매력을 느끼게끔 하는 채용 콘텐츠 제작 과정이 가장 재밌습니다(PD가 되고 싶었던 이유와도 결을 같이 하는 것 같네요!). 채용 콘텐츠 발행을 위해서는 ‘누구의’,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담을 것인가?를 생각하게 되는데, 저는 이 전 과정을 고민하는 게 즐겁습니다. 물론 여타의 운영성 업무보다는 나의 주도성과 색깔을 녹일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더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걸 나의 색을 담아 풀어내는 일을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네요. 또 콘텐츠로부터 오는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보는 것도 좋아하고요!
두 번째로, 채용 프로세스 운영 과정에서도 약간의 크리에이티브를 살려내는 일을 좋아합니다. 지원자들이 너무 긴장한 탓에, 혹은 면접에 압도된 탓에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해 불합격하는 일들이 왕왕 있습니다. 함께 일할 사람들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도 아쉬운 일입니다. 이런 경우들이 안타까웠던 저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긴장을 풀고 면접에 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아가 '어떻게 하면 합불과 상관없이 우리 회사의 채용 경험을 긍정적으로 기억하게 할 수 있을까?'도 함께 생각하게 되었지요. 이 부분은 채용 운영 과정에서도 충분히 녹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면접 과정을 운영하며 행운의 편지, 인터뷰데이 레터 등 지원자들이 긴장을 내려놓고, 채용 과정에서 조금 더 편안함을 느끼며 회사를 보다 긍정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소소하지만 크리에이티브한 장치들을 많이 도입해 보았습니다. 조금 자랑하자면, 실제로 지원자들에게 좋은 피드백도 많이 얻었답니다.
강점을 알고, 그 이면을 인정한다는 것은
정리해 보니 저는 제 생각을 표현하고, 이야기하는 걸 참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크리에이티브도 저만의 인사이트를 녹인 장치기도 하니까요. 또한 그로부터 오는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보는 것도 좋아하고요. 그래서 작은 피드백에도 쉽게 마음이 동하는 사람이자, 사람들의 반응에 예민한 사람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러나 일을 하면서 이 부분이 때로는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겉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이 많은 인사 업무의 특성상, 작은 칭찬과 격려에도 마음이 따듯해지고 보람을 느낀다는 것은 이 일을 지속하는데 분명 큰 원동력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그만큼 부정적인 피드백에도 쉽게 마음이 동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언젠가 이 부분을 깨닫고 인정하고 나니, 오히려 피드백을 받는 허들이 낮아진 것 같습니다. 부정적인 피드백이 크게 느껴지지만, 이것은 내가 사람들의 반응에 예민하기 때문이라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니 오히려 무던해진 것이지요. 다만 예민한 만큼 더 세심하게 다음번을 기약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 저런 의견도 있을 수 있지. 다음번엔 이렇게 해 봐야겠다',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짬과 지식의 짧음에서 좌절하다
그러나 일에는 언제나 즐거움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입사원으로서 통곡의 벽도 많이 마주하곤 했으니까요.
이전에 이야기했듯 저는 처음부터 인사 직무를 희망하진 않았습니다. (참고 : 다큐 PD 꿈나무가 채용 담당자가 되기까지) 그랬기 때문일까요, 인사의 'ㅇ'도 모르고 시작한 일이라서 지식적인 짧음에 대한 갈증과 부족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인사 직무를 희망하는 취준생들 보면 인사 관련 스터디도 많이 하는데 저는 그런 부분을 많이 준비하지도 못했고, 채용절차법 혹은 근로기준법 등도 완벽하게 알지는 못하니까요.
또한 현재 회사에 체험형 인턴으로 근무할 때에 비해서도 더 잘하고 싶고, 무언가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도 컸습니다. 그 기대나 욕심에 비하면 제 자신이 너무 모자란 것 같아서 불안감에 갑자기 막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물론 노무사를 제외하고 인사 직무에 이렇다 할 공인 자격증은 없지만, 뭐라도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HRM 전문가 자격증을 일주일 벼락치기로 준비했습니다. 이걸로도 부족함을 느껴 인사 관련 아티클도 찾아 읽기도 했죠. 불안감에 그러한 '반짝' 단발성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네요.
그러나 바짝 하고 만 공부는 쉽사리 휘발되기 마련입니다. 어쩌면 당연한 건데 자꾸만 휘발되는 걸 자각하면 조금 불안하기도 하고 아깝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짧게나마 벼락치기로라도 무언가를 채우려는 제 행동은, 어쩌면 제가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꽤나 높기 때문이 아닐까 깨닫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인턴 때보다는 잘해야 한다는, 나는 회사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존재와 쓸모의 증명에서 오는 불안감/부담감이 더해졌던 것입니다. 그런 부담 때문에 실패=존재/쓸모의 부정이 아님에도 은연중에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었고, 욕심은 많고 조급한 탓에 부족함을 자꾸만 감추고 채워나가려고 한 것입니다.
어서 1인분을 하고 싶었던 조급함, 그리고 단단해지기 위해 필요한 시간
이런 불안한 마음을 언젠가 저희 팀 팀장님에게 털어놨던 적이 있습니다. 아마 입사한 지 3개월 남짓 되었을 때쯤이었을 겁니다. 그때, 팀장님이 제게 해주신 말씀은 조급했던 제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팀장님은 제게 이렇게 조언해 주셨습니다.
"조급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한다고 바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그냥 꾸준히 잡지 보듯 글을 읽고 관심 갖다 보면 언젠가 불쑥 생각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 온전한 '내 것'이 되는 것이지요. 그러니 조급해 말고, 꾸준하게 읽고 보고 듣는 게 중요해요. 그래도 정 불안하면 중장기적인 목표를 세워보는 건 어때요? 1년 차 정도엔 ~이 정도는 할 줄 알아야지, 이런 모습이 될 수 있어야지 하는..."
이때 처음으로 저는 제 조급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식이 쌓이고 그것이 온전한 내 것이 되며 단단해질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 간과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단단하게 다져지길 바라지 않고 불안한 마음에 그냥 막 달리기만 했던 것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저는 여전히 불안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마음을 조금 더 편히 갖고 길게 보며 이 불안을 해소하려 합니다. 지난해 보이는 공부의 과정도, 내가 하는 일을 회고해 보며 앞으로를 그려보는 과정도, 그리고 일의 순간순간을 이렇게 기록하는 과정 모두 더뎌보여도 분명 나의 성장과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 믿으며 말이죠 (주라기를 시작한 것도 맥락이 비슷합니다). '단단해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라는 걸 생각해보면, 어쩌면 내 욕심과 조급함 때문에 꾸준함과 성실함을 놓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반성하게 됩니다.
- Editor_도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