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는 일로 일 년을 보내고

글 쓰는 이야기

by 오리냥

새해 계획은 늘 그럴싸하다. 각오를 다지고 실행에 옮기겠다는 다짐. 하고 싶은 걸 나열해 두고 올해 목표를 세워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이거나 가당찮은 것들도 얼기설기 매달아 본다. 다이어리에 꼼꼼하게 기록하고 실천하자는 한 줄 다짐도 붙여놓는다.

내가 짜놓은 다짐을 바라보며 흐뭇해하던 한 달. 그러나 그건 처음부터 무리였던 거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더더욱 그렇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이렇다. 영화에서 보았던 살풀이춤의 아릿했던 장면의 주인공, 동화작가 신인 공모에 응모하고 당선되는 꿈, 물질적인 것 또한 빼놓을 수 없어 통장에 잔액 불리기, 무엇보다도 가장 오래 생각이 머무는 지점은 나 혼자만의 여행.

위의 다짐은 다 중도에 포기했거나 아예 기억에서 사라진 것들이다. 또는 시작도 못 하고 스스로 계획에서 지워버린 몇몇 욕심들.

내 욕심으로 시작했던 살풀이춤은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포기했다. 이유는 나에게 있었다. 화면 속의 멋진 장면을 내 모습으로 상상하며 가당치도 않은 욕심을 부렸던 거다. 내 몸은 춤에 걸맞은 신체가 아니었다는 걸 춤을 배우며 알게 되었다. 엇박자는 기본이고 스텝과 동작 하나하나가 내겐 무리였다.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였다.

다음으로 통장에 잔액 불리기 또한 매번 그 자리였다. 쌓였다 싶으면 목돈을 써야 할 일이 생겼다. 채웠다 싶으면 비워지고 채웠다 싶으면 비워지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줄어드는 잔액. 오히려 제 살 깎아 먹기로 잔액은 줄어들고 있었다. 그러나 써야 할 곳에 쓰는데 아끼면 뭣하나 스스로 위안하며 욕심을 내려놓았다.

여행 또한 그렇다. 혼자만의 문학기행을 꿈꿨었다. 몇 번은 구체적인 계획도 잡았다. 권정생 생가를 비롯해 정약용 유배지인 강진 등 남쪽으로 남쪽으로. 하지만 가지 못했다. 대중교통으론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자가운전으로 가기엔 길치인 내가 어찌 싶은 불안한 마음. 그래도 한 번은 가야겠다며 욕심껏 날짜를 꼽고 구체적인 계획을 하면 갑작스레 생겨나는 급한 일과 챙겨야 할 행사들이 발길을 막았다. 그것 또한 핑계라면 핑계이지만. 난 그렇게 포기한 계획들이 휴지통에 가득하다.


계획대로 실천한 건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이어오던 거 몇 가지다. 오전 시간에 시 다섯 편 읽고 그중 한 편 골라 필사하고 감상 쓰기. 그리고 이어 글 쓰는 두 시간. 오전 일기와 밤 일기로 나뉜 일기 쓰기. 그렇게 읽고 필사한 시집이 올해만 36권이다. 거기에 더해 하루 한 권 동화 읽기로 365권의 동화를 읽고 기록에 남겼다. 이건 내가 생각해도 기특한 일.

동화를 쓰겠다는 욕심을 내면서도 가장 큰 단점은 동화를 읽지 않았다는 거다. 아이들 키울 때 읽어주던 고전 동화전집과 세계 명작동화집. 그게 전부였다. 그러고 무슨 동화를 쓴다고. 자책할 시간에 우선 읽어야겠다 싶었고, 그렇게 시작한 하루 한편 동화 읽기에 도전했다. 그리고 유종의 미를 거뒀다.

2026년도엔 무엇에 도전하고 끝까지 실천할 수 있을까 고민해 본다. 일기 쓰기와 시 읽고 필사하기는 루틴처럼 내 몸에 붙었으니 당연히 지속해야 할 계획 목록이고 그에 더해 나 홀로 문학 탐방 또한 도전 목록에 넣어본다. 그리고 동화 읽기를 일 년 더 연장할 것이고 무엇보다도 동화로 공모전에 도전하는 것. 이 도전 목록이 내게 다시 주어지는 일 년을 채울 것이다.

언제부턴가 읽고 쓰는 일이 공기처럼 자연스러워졌다. 당연하게 읽고 당연하게 쓴다. 읽지 못하면 불편하고 쓰지 못하는 날이면 안절부절못한다. 편안해지기 위해 읽고 쓴다. 그리고 꿈꾼다. 달팽이처럼 느리지만 갈 수 있는 곳까지 가장 멀리 나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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