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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반지

시 쓰는 이야기

by 오리냥

엄마의 반지 / 유 복녀


맏딸 상견례 하던 날

그을린 손 부끄럽다며

슬며시 꺼내든 알 반지 하나

구릿빛 손가락에 유일한 손 단장

어느 한 날 병원에 들어가던 날

무에 그리 귀한 거라고

경대 속 깊숙이 감춰두셨지

생의 마지막 날 며칠 앞두고

자식들과 함께 찾은 고향 집에서

주섬주섬 맏딸 손에 쥐여준

비췻빛 알 반지


이게 웬 거냐며 웃으려는데

제 설움에 왈칵 쏟아진 눈물

몇 해가 지나도 꿈인 것 같아

화장대 깊숙한 곳에 숨겨두었네


엄마 가신 그날처럼 비가 내리면

남몰래 껴보는 엄마의 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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