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무, <낙엽>

by 길벗


낙엽

- 이재무


시를 지망하는 학생이 보내온

시 한 편이 나를 울린다

세 행짜리 짧은 시가 오늘 밤 나를

잠 못 이루게 한다


"한 가지에서 나서 자라는 동안

만나지 못하더니 낙엽 되어 비로소

바닥에 한 몸으로 포개져 있다"


그렇구나 우리 지척에 살면서도

전화로만 안부 챙기고 만나지 못하다가

누군가의 부음이 오고 경황 중에 달려가서야

만나는구나 잠시 잠깐 쓸쓸히 그렇게 만나는구나

죽음만이 떨어져 멀어진 얼굴들 불러 모으는구나


- 장례식장은 '만남의 장소'다.

같은 서울에 살면서도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바쁘다는 핑계로 몇 년간 만나지 못한

학교 동창, 옛 직장 동료를 만나기도 한다.

"왜 그렇게 얼굴 보기 힘드냐, 연락 좀 하고 살아라"라며

다들 내가 할 소리 제가 먼저 한다.

세상을 떠난 친구가 마련한 자리,

망자가 주인공인 건 잠깐,

산 자들만의 행사가 된다.

장례식장을 떠날 때는

다들 우리 자주 보자,며

의례적인 인사말이나 헛 약속만 난무한다.

우리 모두는 언제 낙엽이 될지 모른다.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은

우리의 마지막 순간이 될 수도 있고

또 누구의 마지막 순간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보면

소소한 삶은 없고

삶이 더 진솔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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