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한다. 내가 쓰는 단어들이 너무나 진부하고 식상하다. 말을 할 때는 그대로 넘어가고 말지만 글을 쓸 때는 표현력 빈곤으로 애를 먹는다. 창의성과는 거리가 먼 그렇고 그런 단어들의 나열이다. 늘 참신하고 산뜻한 단어나 문장에 목말라하며 나의 비루한 창의력에 자괴감까지 갖고 있던 차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책을 만났다. 광고인 이용찬의 <노자 老子 마케팅>이다. 첫 부분에 창의력 발상 교육에 관해 우리 선조들이 서당에서 가르치고 배웠던 교육법을 소개한다. 훈장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지금은 무슨 계절이냐고 묻는다. 아이들이 가을이라고 답한다. 그럼 가을에 대해 생각나는 것들을 모두 적으라고 한다. 그러고는 숙제를 내준다. 여기에 적혀 있는 가을 단어는 절대 쓰지 말고 시를 한 수 지어오라고. 이용찬은 자신이 생각해낸 여러 '가을' 단어들의 조합에서 '데이트'와 '허물'을 꺼내 "데이트할 때마다 그녀의 허물이 하나씩 벗겨진다."라는 멋진 문장을 만들어냈다.
그럴듯하지 않은가. 나도 따라 해봤다. 봄에 대해. 새싹, 봄꽃, 들꽃, 쑥, 봄바람, 벚꽃, 황사, 진달래, 야생화...... 누구나 봄이면 떠오르는 이런 단어들을 빼고 봄에 관해 생각해 보는 것이다. 처음엔 한두 단어도 떠오르지 않았다. 꽤 많은 시간이 지난 뒤 나온 단어는 이렇다. 앙칼진 바람, 가뭄, 소나기, 거름 냄새, 흙 먼지, 이른 더위, 긴팔과 반팔. 이 단어들을 가지고 문장을 만들어봤다. "거름 냄새 속에 밭일하는 농부", "긴팔이냐 반팔이냐 고민하는 계절". 겨울은? 햇살, 비닐하우스, 한 해의 끝과 시작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계절, 소원, 기도...... 여기서 "햇살 가득 받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자라는 꽃과 열매는 복받은 생명체인가?"라는 문장을 만들어봤다.
한편 나태주 시인은 사 계절을 거꾸로 돌려 표현했다.
거꾸로 사계
- 나태주
편안한 겨울
가득한 가을
고달픈 여름
초라한 봄날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통찰력>이란 작품이다. 알을 보면서 새를 그리고 있다. 창의력은 이런 것이다,를 보여주는 그림이다.
낡고 닳은 표현은 글쓰기의 적이기도 하지만 나 자신을 더 진부하고 상투적으로 만든다. 글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창의력을 염두에 두고 게으른 뇌를 자극하고 뇌를 비틀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굳어 있던 뇌가 말랑말랑 펴지면서 발상의 자유를 찾는다면? 그렇게 된다면 꿩 먹고 알 먹듯 놀고 있는 뇌에 기름칠은 물론 상상을 뛰어넘는 창의력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꾸준한 습관이 필요하다. 오늘은 하루를 비틀어 볼 요량이다. 오른손 대신 왼손을 주로 사용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