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봄에서 여름으로 농익어 가면 들판이든 산자락이든 가장 흔한 들꽃이 노란 애기똥풀이다. 꽃 이름에 왜 하필 '아기똥'을 생각했을까. 어른들의 똥은 대개 건강하지 못하고 말 자체만으로도 불쾌감을 자아내는 데 반해 아기의 똥은 더럽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 데다 건강의 상징인 황금색을 띠기 때문이지 싶다. 개불알풀 꽃('봄까치꽃'으로 개명), 사위질빵이니 며느리밑씻개 같은 너무나 노골적이고 저속한 들꽃 이름에 비해선 귀여운 작명이다.
산책길에서 쪼그려 앉아 애기똥풀을 카메라에 담고 있으니 지나가던 사람이 묻는다. 무슨 꽃이에요? 애기똥풀이랍니다. 줄기를 자르면 나오는 노란 즙이 아기의 똥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요. 독성이 있어서 먹지는 못한답니다. 친절하게 나의 '알쓸신잡'을 늘어놓았다.
아! 그런데 이 사람,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바로 실습에 들어가는 게 아닌가. 줄기를 툭 꺾어 확인해 보고 킁킁거리며 냄새까지 맡아본다. 줄기가 이 풀꽃의 뼈나 몸통인 줄도 모르고. 노란 즙이 이 풀꽃의 피인 줄도 모르고. 무심코 하는 인간의 행동이 한 생명체를 불구로 만들거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하는 것이다.
이제는 누군가가 내게 애기똥풀을 물어본다면 이렇게 답할 것이다. 애기똥풀이 많은 길을 열심히 걸으면 애기똥 같은 변을 볼 수 있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