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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예성 Oct 17. 2023

자발적 자유2_열여덟 번째 이야기

2023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18


밤. 아무도 없는 저택의 거실. 누군가 방에서 나오는 소리와 함께 불빛이 보인다. 불빛이 어딘가로 향하면 또 다른 불빛이 그 불빛을 따라간다. 

조명 밝아지면 며칠 후. 거실. 모여 있는 지연, 영란, 수영, 보성, 진순.    

 

영  란         벌써 일주일째야.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진  순         어딘가에 있겠지. 우리가 갈 수 없는 곳에. 아니면 정말 죽었거나.

수  영         다들 그런 무서운 얘기 하지 말아요. 

영  란         혹시 수찬 아저씨가 규칙을 어겼나? 그래서…… 

     

수영이 보성을 쳐다본다. 보성과 진순이 눈빛을 교환한다.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지연.      


영  란         (팔을 긁으며) 규칙을 어기면 죽을 수도 있다는 건 왜 말해주지 않았지? 

지  연         왜 자꾸 죽었다고 생각해. 무사할 거야. 걱정하지 마.     


영란이 계속 팔을 긁자 보성이 영란의 팔을 붙잡고 옷을 걷어 올린다.     


영  란        뭐 하는 거야?

보  성        가만있어 봐. (팔을 확인하고는) 역시.    

  

진순도 함께 영란의 팔을 보고 보성과 눈빛을 주고받는다. 영란이 팔을 뿌리치며,     


영  란       왜 이래? 미쳤어?   

  

보성이 수영의 팔도 확인한다.   

  

수  영       뭐야?      


보성과 진순이 지연의 팔도 확인하려고 하자, 지연이 주춤거리며 뒷걸음친다.      


진  순          팔 좀 잠깐 보여주겠나?

지  연          네? 

진  순          잠깐 확인할 게 있어서.

지  연          ……     


순간 지연이 의심스럽게 느껴진 보성이 지연의 팔을 걷어 올리려고 한다.      


지  연          (뒷걸음치며) 왜 그러세요? 

보  성          걷어보시라고요.     


지연의 행동에 나머지 사람들도 지연을 의심스럽게 쳐다본다. 지연이 천천히 팔을 걷어 올려 사람들에게 보여주려는데. 이때 차를 들고 등장하는 성한.    

  

성  한         (싸늘한 눈빛으로 둘러보며) 무슨 일이십니까? 상당히 소란스러우시네요.     


성한의 등장에 모두 흠칫 놀란다.      


영  란          수찬 아저씨 어디 있어요?

성  한          모른다고 말씀드렸잖습니까.

영  란          이 집을 관리하고 있는 분이잖아요. 이 집에서 사람이 사라졌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죠? 

성  한          다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저는 모릅니다.

영  란          설마 죽인 건 아니죠?

성  한          차들 한 잔씩 하시죠. 쓸데없는 생각으로 머릿속을 어지럽히지 마시기 바랍니다.      


성한이 퇴장하면 각자 생각에 잠겨있는 사람들의 모습. 영란이 차를 마시려고 한다.     


보  성          (찻잔을 빼앗으며) 마시지 마.

영  란          왜 이래? 진짜 짜증 나게. 

보  성          마시지 말라면 좀 마시지 말라고!

진  순          말 듣는 게 좋을 거야. 살고 싶다면.

영  란          그게 무슨 말이에요? 차를 마시면 죽는다는 거야?     


보성이 답답한 마음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나간다.    

  

영  란          무슨 소리냐니까?

수  영          진정해. 

영  란          다들 이상해. 다 미친 것 같다고.     


영란이 방으로 들어간다. 수영도 영란을 따라 들어간다. 지연과 진순이 남아 있다. 진순이 지연을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다가 말없이 밖으로 나간다. 홀로 남은 지연이 그제야 안심하듯 큰 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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