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함박눈에 머무는 마음

내안에 사계(겨울)

by 염상규

강원도의 겨울, 스키장 카페 창가에 앉아 따뜻한 커피를 들고 있으면 세상 모든 풍경이 영화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그날도 창밖에는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하얀 눈발이 사방을 가득 메우는 그 장면을 보며,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눈밭 위를 달리는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넘어지고 신이 났다.
두 볼은 빨갛게 달아올랐지만 웃음소리만큼은 눈처럼 투명하고 순수했다.
부모들은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으며 함께 웃고 있었고, 그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괜히 내 마음도 따뜻해져서 커피 향이 더 깊게 스며드는 듯하다.
한쪽에서는 연인들이 손을 맞잡고 걸으며 서로의 머리 위에 내려앉은 눈송이를 털어주며 눈을 마주 보는 모습은, 그 자체로 겨울이 준비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다.
젊음이란 참 좋구나 싶으면서도, 문득 내 젊은 날의 겨울 풍경들이 연상된다.
오늘 겨울 스키장에 난 혼자였지만 외롭지 않다.
눈 오는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사람들의 웃음과 사랑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꽉 채워지는 기분이다.
삶이란 어쩌면 저 눈처럼, 내리는 순간마다 제 빛깔을 발하며 결국 모두를 덮어 따뜻하게 감싸 주는게 아닐까.
함박눈이 쏟아지던 그날, 창가에 앉아 커피잔을 비우며 세상과 사람들을 바라보니 나는 혼자이되 결코 혼자가 아닌 시간을 선물로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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