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안에 사계(겨울)
예전에는 여행이라 하면 늘 비행기를 타고 멀리 떠나는 것부터 떠올렸다.
낯선 도시의 거리, 이국적인 언어와 문화, 처음 마주하는 풍경이 주는 신선함이야말로 여행의 본질이라 여겼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알게 된건, 꼭 해외가 아니어도 멀리 가지 않아도, 충분히 마음을 설레게 하고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는 여행이 있다는 것을.
바로 국내여행이다.
속초의 푸른 바다 앞을 보며 물회 한 그릇을 맛보면, 그 싱그러운 맛이 바닷바람과 함께 가슴 깊숙이 스며든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바다의 생명력이 그대로 담긴 그릇 앞에서, 한참 동안 바다와 마주 한다.
코다리밥상에 차려진 구수한 밥과 정성 어린 반찬들은 마치 오래전 외갓집 저녁상에 앉은 듯 마음을 푸근하게 감싼다.
그 맛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살아온 시간 속에 소복히 쌓인 정과 위로 같은 것이다.
낙산사에 들어서면, 세상과 단절된 듯 고요한 정취가 마음을 채운다.
파도소리와 솔바람이 어우러진 그 길을 걸으면, 복잡한 생각들이 차츰 사라지고 오직 지금 이 순간의 평화만이 남는다.
설악산의 설경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나무마다 눈꽃이 피어나고, 바위마다 하얀 이불을 덮은 듯 장엄하게 빛난다.
그 절경 앞에 서면 인간의 사소한 걱정과 분주함이 얼마나 작은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해외여행이 화려한 새로움으로 가득하다면, 국내여행은 익숙한 풍경 속에서 발견하는 잔잔한 기쁨이라 할까.
오래 두고도 다시 찾고 싶은 맛, 그 길 위에서 만나는 따뜻한 사람들의 미소, 마음이 차분해 지는 풍경들.
그것들은 멀리서가 아니라 가까운 곳에서, 늘 우리 곁에 자리하고 있었다.
계속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언제든 국내 명소를 찾아 떠날 것이다.
가벼운 걸음으로, 큰 계획 없이도 충분히 행복한 길이 된다.
삶의 쉼표처럼, 일상의 작은 선물처럼.
나에게 여행은 이제 ‘멀리 떠남’ 이 아니라, ‘마음이 머무는 곳을 향한 발걸음’ 이 되었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오늘도 다시 살아갈 힘과 희망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