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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이음 Oct 14. 2024

태어난 김에 인도살이 (13)

(인도살이 7 - 간디가 여기에서?)

인도살이 3개월,

난 벌써 4번이나 공휴일을 맞았다.


처음에는 무슨 날인지도 모르고 지나가다가

인도는 무슨 기념일과 축제가 이렇게 많을까?

도시 곳곳이 음악과 춤으로 들썩이는

인도의 기념일과 축제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내가 인도에서 보냈던

기념일과 축제를 정리해 보니까

8월 15일은 영국에서 독립한 Independance Day,

우리의 독립기념일과 같은 날이었다.


9월 7일은 Ganesha Chaturthi,

힌두교 코끼리 신 가네샤를 위한 축제가 시작되고,  

9월 17일은 축제의 마지막인 Ananta Chaturdashi로

가네샤 축제에 설치된 코끼리 상을

인근의 강이나 호수, 바다로 옮겨

작별을 하는 날이라고 한다.


그리고 10월 2일은 마하트마 간디의 생일.

인도에서는 간디의 생일인 간디 자얀티가

제헌절, 독립기념일과 함께 3대 국가 공휴일이다.



간디는 긴 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적인 위인이지만,

굳이 요약하자면,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의

무저항 비폭력 독립운동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인도의 모든 지폐에 간디의 초상이 있을 정도로

간디는 여전히 인도의 정신적, 정치적 지도자이다.



그리고 나에게 마하트마 간디는

비폭력 저항운동, 소금 행진, 하얀 옷,

앙상하게 마른 몸이 먼저 떠오르는

어릴 때 읽던 위인전에 꼭 나오던 인물이다.


위인전에 등장하던 간디의 나라,

내가 지금 그 인도에 살고 있으니

간디 자얀티를 특별하게 보내고 싶어 졌고,

푸네에 국립 간디 박물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원래 이름은 Agakhan Palace(아가 칸 궁전).

술탄 아가 칸 3세가 1892년에 지은 궁전인데,

간디가 이곳에서 2년 동안 가택연금을 당하고

생을 마감했고,

지금은 국립 간디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간디 자얀티 당일, 국립 간디 박물관을 가봤다.

흐린 날씨였지만, 관광객들이 많았다.


입장료는 인도인은 25루피(397원),

외국인은 300루피(4770원)로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좀 부당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우리나라 관광지보다는 저렴한 것 같아서

저항 없이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갔다.  


원래 궁전으로 쓰이던 곳이라 그런지

박물관을 향해 걸어가는 정원은 깔끔했고,

천천히 산책하기 좋을 정도의 규모였다.  


간디의 마지막 삶이

자유를 박탈당하는 구금이었다는 게 안타깝지만,

여기에서 당하는 가택연금이라면

그래도 조금은 괜찮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정도로

아가 칸 궁전, 간디 박물관은 잘 정돈돼 있었다.



박물관 내부에는 간디의 생과 업적,

인도 독립을 위한 투쟁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고,

간디가 생활했던 공간도 유리창 너머로 볼 수 있다.  



박물관을 모두 둘러보고 나오는데,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라는 반얀트리와

정원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너무 평화로웠다.  


연인들이 데이트를 즐기고,

친구들이 둥글게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술래잡기를 하면서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평온해 보여서 한참을 바라봤다.


이게 간디가 평생을 바쳐 이루고 싶었던 

인도의 독립, 자유였을까?


요즘 간디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무저항 비폭력 독립운동을 이끌고

인종차별과 신분제도 철폐를 주장했지만,

간디의 실제 삶과 다른 모습이 있다는 비판이다.


물론 후대의 평가는 엇갈릴 수 있고,

내가 그 평가에 대해 판단할 문제는 아니지만,  

위인전에서 읽었던 간디와

실제 그의 삶이 좀 달랐다는 게 놀랍긴 하다.


하지만, 여전히 인도를 대표하는 인물인 간디와

그의 삶이 묻어난 역사적인 공간을 가봤다는 

나에게는 그저 신기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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