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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이음 Oct 28. 2024

태어난 김에 인도살이 (15)

(인도살이 9 - 여기가 인도 등기소?)

인도에 살면서

내가 인도 공공기관에 갈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인도살이 3개월, 이사 준비를 하면서

등기소라는 곳에 다녀왔다.


우리는 보통 이사를 할 때,

동네 부동산을 찾아가면 모든 게 해결된다.

부동산에 이사하고 싶은 집의 유형이나

예산 규모, 이사를 원하는 날짜 등을 알려주면

집을 보여주고, 계약하는 것까지

모두 부동산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부동산 계약을 할 때

등기소간다.



인도 푸네의 등기소 모습이다.

허름한 건물, 인도의 데바나가리 문자만 적혀 있어서

여기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약속 시간이 10분 정도 지나니까

등기소 관계자가 우리를 찾아와서 불렀고,

그의 안내를 받아 들어선 등기소 안의 모습은

마치 시간 여행을 온 것 같았다.

내 기억에도 어렴풋한 80년대, 90년대

시골 읍사무소 정도를 생각하면 맞을 같다.


잠시 뒤에 집주인과 부동산 관계자까지 모두 모였다.

아랍에미레이트에 거주하는 집주인은

자신의 9살 아들에게 한국인 절친이 있다며

한국인 임대인을 반기는 느낌이었다.  


집주인까지 모두 모였으니

이제 계약서에 사인할 일만 남았는데,

내 눈에 보이는 저 서류 뭉치가 계약서가 맞을까?

얼핏 봐도 20장?



정확하게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20장에 가까운 계약 서류에 모두 사인을 하라고 했다.

남편의 이름으로 계약을 하는데, 내 사인도 요구했고,

얼결에 인도의 서류에 내 이름까지 들어갔다.


그 옆에서는 부동산 담당자가

수기로 작성된 서류를 확인하는데,

우리나라의 등기부등본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등기부등본을 인터넷으로 확인하는 게 아니라,

수기로 작성한 서류철로 보는 게 놀라웠다.  


여러 가지로 놀랍고 미심쩍은 느낌은 있지만,

우리는 내용이나 절차를 모르니까

등기소와 부동산 관계자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장까지 찍으라고 하는데,

지장을 찍은 다음에 손을 닦을 물티슈가 없었다.

등기소 하얀 벽 곳곳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손자국,

이유가 있었구나.


계약 서류에 사인이 끝나고,

서류를 접수하는 곳으로 안내받아서 갔는데,

여기도 인터넷 전산 접수가 아니라 수기로 받고 있었다.

대기실이 꽉 차있을 정도로 사람이 많은 데에도

이유가 있었다.


잠깐 대기실에서 서류 접수를 기다리는데

나를 쳐다보는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다.

옆에 앉은 3살 무렵의 아기가 날 신기하게 보고 있었다.

그 대기실 안에 동양인 여자는 내가 유일했기 때문에

이방인인 내가 신기했나 보다.  


나는 인도의 공공기관인 등기소가 신기하고,

인도의 아기는 한국인인 내가 신기하고,

그렇게 인도에서의 첫 공공기관, 등기소 방문은

서로를 신기하게 바라보며 끝났다.  


이제 부동산 계약이 체결됐으니, 이사만 남았다.

인도의 집과 이사는 우리나라랑 또 어떻게 다를지,

벌써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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