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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이음 Nov 11. 2024

태어난 김에 인도살이 (16)

(인도살이 10 - 인도 이사, 첫 번째 이야기)

내가 살면서 이사를 몇 번이나 했을까?

생각해 보니까 기억에 남아 있는 건 대략 7번 정도...

이사 횟수를 꼽아보니 잦은 이사는 아니었던 것 같다.


평생 7번의 이사가 고작인 내가

한국에서 인도로 해외 이사를 했다.

인도에서의 이사는 어떨지,

나도 참 궁금했던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인도 등기소에서 집 계약을 마치고,

우린 이삿짐이 들어가기 3일 전에 열쇠를 받았는데

집안 곳곳에 빨간색 손자국이 있었다.



집안 곳곳에 있는 빨간 손자국이 뭘지 궁금했는데,

푸자라는 인도의 예배 의식이라고 한다.


신에게 경의와 기도를 바치거나

손님을 맞이하는 의식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우리도 특별한 일을 시작할 때 고사를 지내는데,

쉽게 말해서 새 집에서 평안하도록

인도의 푸자 의식을 한 것이었다.   


인도에서 푸자는 가정에서 매일 하기도 하고,

사원 의식이나 연례 축제 때에도 한다.

그리고 아기의 탄생이나 결혼, 사업의 시작,

이사 같은 특별한 사건을 시작하기 전에도

푸자 의식을 한다고 한다.


다행히 푸자 의식의 빨간 손자국은

입주 청소와 함께 모두 사라졌지만,

입주 청소까지 모두 끝난 집 상태는

이게 입주 청소를 한 게 맞나 싶을 정도였다.

 

인테리어 공사 자재가 쌓여 있던 것보다는 깔끔했지만,

곳곳에 먼지가 가득하고

공사 자재들의 흔적도 여전했다.

한국의 입주 청소와는 너무 달라서 놀랐다.  

다시 한번 한국인의 꼼꼼함을 느끼면서

이삿짐이 들어오기 전까지 셀프 입주 청소를 진행했다.


시간이 많지 않아서 화장실과 붙박이장,

싱크대 먼지를 닦아낸 것이 전부이지만

처음보다는 깔끔해진 집 상태에 만족하면서

대망의 이삿날을 기다렸다.


드디어 이삿날,

1층에 이사 트럭이 도착하고,

이삿짐 업체 직원들이 박스를 하나씩 갖고 올라온다.

그렇다. 여기는 이삿짐을 사람이 직접 옮긴다.



거실 베란다에 사다리차가 올라오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인도는 이삿짐 박스를 사람들이 올리는 형태였다.

이렇게 무거운 박스를 어떻게 다 올릴 수 있을까?

그럼 이사 시간이 얼마나 걸리려나... 걱정이었다.


그런데 당장은 이사 시간 걱정도 사치였다.  

집안 곳곳에 쌓이는 이삿짐과 박스들을

하나씩 비우고 정리하는 게 급했다.


그래서 정신없이 이사 박스를 풀어서

주방 정리를 하다 보니 오후 5시가 넘었다.

여전히 이삿짐은 올라오고 있고,

소파나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같은

큰 가구나 대형 가전이 아직 올라오지 않았다.


한국이었으면 오후 5시 정도면

이삿짐이 대부분 자기 자리를 찾아서 들어가고,

업체 직원들도 갔을 시간인데... 언제 끝나려나?

날은 벌써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이삿짐이 모두 올라오니까 저녁 7시,

큰 가구와 가전들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데

냉장고가 주방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한국 가전은 너무 크고,

인도의 출입문은 너무 작았던 것이다.

결국  냉장고 문을 모두 분해해서 어렵게 들어갔다.



냉장고까지 주방에 넣으니까 저녁 8시,

이사업체 직원들을 더 이상 잡아둘 수 없어서

나머지는 우리가 정리하겠다며 직원들을 보냈다.


내일이 호텔 체크아웃인데,

이사 박스는 쌓여 있고,

세탁기 연결도 되지 않은 집에서 살 수 있을까?

막막함이 몰려왔고, 결국 우린 호텔에

며칠 더 묵으면서 정리하기로 했다.


정리의 시간이 며칠 더 생겼다는 안도감도 잠시,

하루종일 이삿짐 업체 직원처럼 일을 했더니

먹는 것도 귀찮고, 눕고만 싶었다.

온몸이 쑤시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사가 잘 끝났고,

이제 안정적인 집에서 생활하면서

마음껏 청소도 정리도 할 수 있다는 게 좋았는데...


이사 첫날은 몰랐다.

다음날부터 이삿짐 정리와 각종 집수리,

자잘하게 처리해야 할 일들이 더 많고 힘들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인도 이사 이야기는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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