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살이 12 - 슬기로운 동네 생활)
우여곡절 끝에 이사를 마치고,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중이다.
여전히 새 집에는 수리할 부분들이 많아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자주 방문하지만,
처음보다는 모든 것들이 나아진 상황이라서
이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그래서인지 여유도 좀 생겼고,
아파트 주변이 궁금해져서 동네 탐방에 나섰다.
마침 11월 20일은 인도 마하슈트라주의
주지사 선거가 있어서 공휴일이었다.
아침부터 집 근처 학교에는
투표하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주변에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가득했다.
우린 투표소를 지나 노점 과일가게를 찾아갔다.
인도에 와서 마트가 아닌 곳에서 물건을 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생각보다 과일 종류가 많았고,
우리 딸이 그렇게 찾던 감도 있었다.
그중에서 우리는 감, 블루베리, 귤, 아보카도,
청포도, 자두, 용과, 토마토,
파김치를 담을 파 한 단을 샀다.
챙겨간 장바구니를 가득 채울 정도로 많이 골랐다.
과일 가격이 평소에 다니던 마트보다 저렴해서
더 신나게 과일을 담았다.
노점 과일가게에서 과일을 사고,
근처에 있는 식료품점, 푸드 정션에도 가봤다.
동네 식료품점인데, 물건들이 잘 정리돼 있었고
한국 식재료도 많아서 놀랐다.
인도에서 보기 힘들던
우리 딸의 최애 간식 하리보 젤리도 있었고,
수입 야채나 과일, 햄, 베이컨 등
판매하는 품목이 다양했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꼼꼼하게
상품의 먼지를 닦고 정리하는 모습을 보니까
판매하는 물건에 대한 믿음이 갔다.
이제 멀리 가지 않아도
집 앞에서 필요한 식재료를 살 수 있고,
마음에 드는 상점을 발견했다는 게
이리 좋을 줄이야...
그리고 아파트 정문을 나서면
꽃을 파는 노점이 하나 있다.
차로 이동할 때마다 가봐야지 생각했던 곳인데,
동네 탐방에 나선 길에 꽃 가게도 가봤다.
인도인들이 좋아하는 색을 담아서 그런지,
화려한 색감의 꽃이 많았다.
가격은 장미 20송이가 500루피,
우리 돈으로 계산하면 8천 원 정도 하니까
한국보다 저렴했고, 꽃도 신선해서
맘에 쏙 들었다.
인도에서 첫 동네 탐방,
주변을 천천히 살펴보니까 보이는 상점들,
맛있는 과일, 신선한 야채, 꽃이 주는
소소한 행복에 기분이 좋아졌다.
물론 한국의 깨끗하고 정돈된 거리와
잘 갖춰진 아파트 주변의 편의 시설이
여전히 아쉽고 그립다.
하지만, 인도의 동네에도
어쩌면 내가 모르는 재미가
숨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인도살이를 알차게 하려면,
슬기로운 동네 생활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