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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이음 Nov 18. 2024

태어난 김에 인도살이 (17)

(인도살이 11 - 인도 이사, 두 번째 이야기)

외국에 우리 집이 생긴다는 게

나는 뭔가 좀 신기한 느낌이었다.


새롭게 우리 가족의 공간을 꾸미고,

청소하고 정리하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

이사는 너무 기대되는 일이었다.


깨끗하게 정돈된 새 집으로

나에게 익숙한 짐들이 들어온다는 게 좋았다.



물론 인도의 아파트는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

건물이 완공돼 사람들이 입주해서 살고 있지만,

내부 인테리어는 집주인이 각자 한다.


지금 우리 윗집과 옆짚이 공사 중인데,  

집에서 대화가 되지 않을 정도로 소음이 심하다.

(인도 아파트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할 예정)


아직 가스 연결도 되지 않아서

임시로 인덕션 하나로 모든 요리를 해야 하고,

벽등을 직접 부착하라며 전선이 모두 밖으로 나와 있다.

첫 입주 아파트가 맞을까 싶을 정도로 신기하다.


이런 모든 상황들 때문일까.

이사에 대한 기대감은 잠시였고,

다음 날부터 각종 설비와 수리 문제로 애를 먹었다.


당장 빨래를 해야 하는데, 세탁기 연결이 되지 않았다.

세탁기 연결 기사가 집으로 방문하지 않았고,

다른 기사를 찾아봐도 모두 올 수 없다는 연락뿐이었다.


그렇다. 이사 직후 인도는 디왈리 축제였다.

디왈리는 힌두 달력 여덟 번째 달, 

초승달이 뜨는 날을 중심으로 닷새 동안

집과 사원 등에 등불을 밝히고 힌두교의 신들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전통 축제이다.


인도에서는 디왈리를 맞이해

집 안팎을 깨끗이 청소하고 새 옷을 마련해 입고

가족, 친지가 한자리에 모여 신들에게

감사 기도를 올리고 서로 선물도 교환한다.


우리의 설이나 추석 명절처럼

디왈리는 인도인들이 다 같이 즐기는

국가적인 축제인 것이다.


문제는 우리 이사 일정이

디왈리 축제 기간과 맞닿아 있었고,

각종 설치 기사들도 디왈리에는 일을 하지 않고

축제를 즐기기 때문에,

우리 집에 방문할 수 없었던 것이다.


명절에 일하지 않는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라서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생활이 불편한 게 문제였다.   


결국 세탁기 연결은 이사 4일 후에 겨우 받았고,

욕실 필터 연결이나 샤워기 수전 연결은

아직도 연락이 없다.

결국 성격 급한 내가 셀프로 해서 쓰고 있는 중이다.

(필터 색깔은 설치 2일 만에 사진처럼 변함)



세탁기 연결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더니

이번엔 갑자기 와이파이 연결이 되지 않았다.

급하게 인터넷 설치 기사에게 연락을 하니까

인터넷 설치에는 문제가 없고,

우리 집 전기가 원인이라고 한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올라와서

전기 문제를 해결한 뒤에는

냉장고 전원이 꺼지고, 정전이 되기도 했다.

전력이 불안한 느낌이다.


겨우 전기 문제를 해결하니까

이번에는 갑자기 욕실 천장이 툭 내려앉았고,

거실 화장실은 물이 내려가지 않는다.


분명히 새 아파트에 첫 입주인데,

이 모든 고장과 수리가 내가 처리할 일이 맞는 건가?

이상하다는 생각할 틈도 없었다.


빨리 수리하지 않으면 내가 불편해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거의 매일 연락을 했다.

한국 아줌마들 불만이 참 많다고 했을 것 같다.

그래도 다행히 직원들이 방문해서 수리가 됐다.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일들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었다면, 이사 당일에 모두 가능했을 일이

이사 2주가 지났지만, 진행 중이다.


남편은 지금 식기세척기 연결, 정수기 연결,

세면대 필터 연결 등을 해보겠다며  

인도 철물점을 다녀오고, 고군분투 중이다.


그래서 인도 이사와 정리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이사를 하면서 한국이 더 그리워졌다.

너무 편리했던 이사 시스템,

한국은 너무 살기 좋은 곳이었구나,

다시 한번 느끼면서 난 오늘도 집 정리를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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