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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이음 Nov 25. 2024

태어난 김에 인도살이 (18)

(인도살이 12 - 슬기로운 동네 생활)

우여곡절 끝에 이사를 마치고,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중이다.  


여전히 새 집에는 수리할 부분들이 많아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자주 방문하지만,

처음보다는 모든 것들이 나아진 상황이라서

이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그래서인지 여유도 좀 생겼고,

아파트 주변이 궁금해져서 동네 탐방에 나섰다.



마침 11월 20일은 인도 마하슈트라주의

주지사 선거가 있어서 공휴일이었다.

아침부터 집 근처 학교에는

투표하사람들로 북적였고,

주변에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가득했다.


우린 투표소를 지나 노점 과일가게를 찾아갔다.

인도에 와서 마트가 아닌 곳에서 물건을 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생각보다 과일 종류가 많았고,

우리 딸이 그렇게 찾던 감도 있었다.

그중에서 우리는 감, 블루베리, 귤, 아보카도,

청포도, 자두, 용과, 토마토,

파김치를 담을 파 한 단을 샀다.


챙겨간 장바구니를 가득 채울 정도로 많이 골랐다.

과일 가격이 평소에 다니던 마트보다 저렴해서

더 신나게 과일을 담았다.


노점 과일가게에서 과일을 사고,

근처에 있는 식료품점, 푸드 정션에도 가봤다.

동네 식료품점인데, 물건들이 잘 정리돼 있었고

한국 식재료도 많아서 놀랐다.



인도에서 보기 힘들던

우리 딸의 최애 간식 하리보 젤리도 있었고,

수입 야채나 과일, 햄, 베이컨 등

판매하는 품목이 다양했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꼼꼼하게

상품의 먼지를 닦고 정리하는 모습을 보니까

판매하는 물건에 대한 믿음이 갔다.


이제 멀리 가지 않아도

집 앞에서 필요한 식재료를 살 수 있고,

마음에 드는 상점을 발견했다는 게

이리 좋을 줄이야...  


그리고 아파트 정문을 나서면

꽃을 파는 노점이 하나 있다.

차로 이동할 때마다 가봐야지 생각했던 곳인데,

동네 탐방에 나선 길에 꽃 가게도 가봤다.


인도인들이 좋아하는 색을 담아서 그런지,

화려한 색감의 꽃이 많았다.  



가격은 장미 20송이가 500루피,

우리 돈으로 계산하면 8천 원 정도 하니까

한국보다 저렴했고, 꽃도 신선해서

맘에 쏙 들었다.


인도에서 첫 동네 탐방,

주변을 천천히 살펴보니까 보이는 상점들,

맛있는 과일, 신선한 야채, 꽃이 주는

소소한 행복에 기분이 좋아졌다.


물론 한국의 깨끗하고 정돈된 거리와

잘 갖춰진 아파트 주변의 편의 시설이

여전히 아쉽고 그립다.


하지만, 인도의 동네에도

어쩌면 내가 모르는 재미가

숨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인도살이를 알차게 하려면,

슬기로운 동네 생활이 꼭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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