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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이음 Oct 21. 2024

태어난 김에 인도살이 (14)

(인도살이 8 - 인도 언어가 22개?)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인도라는 걸

가장 크게 느끼는 순간은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고,

내 귀를 관통해 빠져나가는 말을 들을 때이다.


그래서 내 주변에 흐르는 이 언어가  

인도에서 제일 많이 사용한다는 힌디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힌디어가 아니었다.


뭄바이가 제일 큰 도시인 인도 마하라슈트라주는

힌디어가 아니라 마라티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사진 - http://india-kor.tistory.com/


나도 궁금해서 찾아본 인도의 언어를 정리해 보면,

현재 인도 헌법은 22개의 공식 언어를 인정하고 있다.

같은 나라 안에 22개의 언어가 존재하고 있다니

놀라움 그 자체였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언어는 힌디어로

인도 인구의 약 44%가 사용하고,

두 번째는 헌법이나 공적 기관,

외교 언어로 쓰이는 영어가 있다.


그 외에도 벵골어, 델루구어, 마라티어, 타밀어, 우르두어 등 

22개의 다양한 언어가 존재한다.


그래서 인도에는 국어라는 개념이 없다.

하나의 언어를 지정하려는 노력은 있었지만,

가장 많은 비율의 인도인이 사용하는 힌디어에도

문법이나 어휘가 다른 48개의 방언이 있고,

여기에 정치적인 문제까지 있어서 

힌디어도 인도의 국어로 지정되지 못했다고 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마하라슈트라주 푸네는

마하라슈트라 원주민이 사용하던 마라티어를 쓰는데

인도-아리아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되고  

현재 인도 인구의 7%가 사용하고 다.


인도는 22개 언어만큼 표기 문자도 다양한데,

대체로 힌디어와 마리티어, 네팔어 같은

인도아리아어 계통은 고대 브라미 문자에서 파생된 

데바나가리 문자로 표기한다.

쉽게 말해서 힌디어나 마라티어나 문자는 같은 것이다.


데바나가리 문자는

13개의 모음과 33개의 자음으로 만들어졌고,

한글과 같이 오른쪽 방향으로 읽고 쓸 수 있고,

인도에서 가장 많이 쓰는 문자라고 이해하면 된다.


나에게는 다 똑같이 들리던 그 언어가

다른 언어라는 게 놀라웠고,

같은 인도 사람들끼리 대화를 할 때도

지역마다 다른 언어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면  

영어를 쓴다는 게 참 재밌다.


그래서 인도의 간판에는

데바나가리 문자와 영어가 같이 표기돼 있다.

그게 소통을 위한 인도의 규칙이라고 한다. 


각 나라마다 고유의 언어가 있고,

그에 따라 문화가 다르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한 나라에 이렇게 많은 언어가 존재한다니...


그래서 지역마다 언어와 문화도 다르고,  

이런 다양성을 갖고 있는 나라가

인도라는 하나의 국가로 존재하는  너무 흥미롭다.



인도의 다양한 언어가 나에게는 흥미지만,

학교를 다니는 아이에게는 스트레스가 되는 것 같다.

학교에서 마라티어를 배우고 있고,

시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오늘도 아이는 마라티어 노트를 멍하니 보고 있다.

무슨 소리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푸념과 함께 

포기한 느낌이다.

나에겐 흥미로운 인도의 언어가 

아이에게는 시련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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