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태어난 김에 인도살이 (29)

(인도살이 23 - 내가 재외국민투표를 하다니...)

by 아름다운 이음

작년 12월 3일 계엄 선포,

충격과 걱정으로 보냈던 그 시간들이 생각난다.


처음에는 계엄 선포를 믿을 수 없었다.

우리는 지금 2024년을 살아가고 있는데

계엄령 선포가 말이 되는 일인가?


딸과 함께 평온하게 저녁을 먹고 있던 그 시간,

가짜 뉴스 같았던 계엄 선포는 충격이었다.


인도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잠시 멀리 했던 뉴스를 찾아보고,

유튜브 실시간 영상들을 보면서

계속 마음을 졸였다.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에서 의결되고,

계엄령 선포가 무효가 됐다고 발표하던 그 순간까지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하며 지켜봤다.


다행히 그 밤에 많은 시민들이 국회로 달려갔고,

그 시민들 덕분에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었다.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리고 2025년 6월 3일,

21대 대통령 선거를 다시 치르게 됐고,

나는 재외국민투표를 신청했다.



솔직히 내가 살고 있는 푸네에서

뭄바이 영사관까지 가는 게 쉬운 길은 아니다.

자동차로 왕복 7-8시간이 걸리고,

인도에 와서 멀미가 생긴 나에게

재외국민투표는 너무 큰 결심이었다.


하지만, 작년 12월의 충격이 떠올라서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투표 한 달 전에 재외국민투표 신청을 하고,

투표 당일 아침 6시에 집을 나섰다.

3시간 30분 남짓 걸려서

뭄바이 총영사관에 도착했다.



https://overseas.mofa.go.kr/in-mumbai-ko/index.do

(주뭄바이 대한민국 총영사관 : 12th Floor, Lodha Supremus,

Dr. E Moses Road, Worli Naka, Mumbai 400018, INDIA)


건물 12층에 위치한 대한민국 총영사관,

그 표식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설렘, 떨림, 반가운 감정들이 교차했다.


영사관은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고,

기표를 할 수 있는 투표소는 딱 하나였다.


먼저 인적 사항을 간단하게 적고,

신분증을 보여주면 투표용지가 출력돼서 나오는데,

봉투까지 같이 준다.


한국에서는 투표 후에

용지를 접어서 기표함에 넣었는데,

재외국민투표는 봉투에 넣고 밀봉해서

기표함에 넣는 시스템이었다.



3시간 넘게 달려간 재외국민투표는

5분도 걸리지 않아서 끝났다.

투표가 늘 그렇듯, 허탈한 기분은 뭘까?


그래도 해외에 살면서

재외국민투표를 했다는 게 신기하고,

내 바람이 한국에 잘 닿았으면 좋겠다.


재외국민투표는 모두 끝났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재외 투표 마감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0일부터 25일까지

전 세계 118개국 223개 재외투표소에서

재외국민 20만 5천268명이 참여했고,

명부등재 선거인수 기준 79.5% 역대 최고라고 한다.


재외국민투표를 이렇게 많이 하다니, 놀랍다.

해외에 있지만, 더 나은 한국이 되길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은 똑같은 것 같아서

든든하고, 감동이다.


이제 목요일부터 사전 투표가 시작되고,

6월 3일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다.

과연 어떤 후보가 당선될지,

인도에 있지만, 떨리는 마음으로

그 시간을 기다려본다.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28화태어난 김에 인도살이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