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살이 24 - 한국에서 보낸 여름방학)
2025년 6월,
난 아이의 여름 방학을 기다렸다.
여름휴가가 아니라,
방학을 기다린 게 얼마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한국에서 맞벌이 부부에게 아이의 방학은
삼시세끼 식사를 챙겨야 하는 수고로움과
돌봄의 시간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늘 고민이었다.
그랬던 나에게
한국에서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시간,
아이의 여름 방학을 기다리는 날이 오다니...
상황의 변화가 새로웠다.
우린 올해 여름 방학을
인도가 아닌 한국에서 보내기로 했다.
이유는 아이의 학업 때문이지만,
솔직히 한국에 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고작 1년을 인도에서 살았을 뿐인데,
여기 생활이 한국보다 더 편하다는 사람들도 많은데,
난 왜 이렇게 한국에 가고 싶은지 모르겠다.
인도 생활에 적응이 더 필요한 걸까?
국제학교 여름 방학은
한국보다 조금 빠른 6월 중순 시작된다.
방학 시작과 동시에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고,
바로 한국으로 향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보이는 한글,
공항 주변에서 들려오는 한국어,
깨끗하고 조용한 도로와 익숙한 풍경들이
미치도록 반가웠다.
그렇게 우리의 여름방학은 시작됐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는 소소한 일상을 보냈다.
그 일상들을 기록해 본다.
한국에 가면 가고 싶었던 곳 중에 하나인 서점,
책을 실컷 구경하고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읽고 싶었다.
서점에 앉아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책을 읽는데,
왜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오는지... 당황스러웠다.
서점 옆에 있는 갤러리에서는
'꽃, 찬란한 찰나'를 주제로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나의 찬란했던 찰나는 언제였을까 생각하면서
전시회를 둘러봤다.
주말에는 아이랑 대형 문구점에 갔는데,
여기에 왜 야구 유니폼과 굿즈들이 가득할까?
한화이글스 야구팬인 딸의 눈이 휙휙 돌아간다.
고속터미널에서 쇼핑을 하고,
반포 한강공원으로 향했다.
유명하다는 한강공원 라면을 먹고,
한강을 바라보면서 앉아 있는데,
참 별거 없는 일상이 왜 이렇게 좋았는지...
딸이 성수에서 친구들과 약속이 있던 주말에는
근처 전시회와 서울숲을 구경하기도 했다.
초록으로 가득한 서울숲,
바라보고 걷는 것만으로도 편안하고,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또 어느 날에는 방배숲환경도서관도 다녀왔다.
도서관을 둘러싸고 있는 숲 안에서
편안하게 쉬면서 책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렇게 여름방학 일상을 기록해 보니까
참 한적한 곳만 찾아다니면서
휴식 같은 일상을 보냈던 것 같다.
딱 한 곳, 사람들이 많고
북적였던 곳에도 다녀왔는데,
요즘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더 유명해진 국립중앙박물관이다.
물론 내가 박물관에 갔을 때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공개된 직후라서
줄을 서서 들어갈 정도는 아니었는데,
요즘 관람객들이 더 많아졌다고 하니까
괜히 자랑스럽고, 기분도 좋다.
그래서 다음 이야기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더 유명해진 곳,
국립중앙박물관에 다녀온 이야기를 담아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