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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ya J Dec 17. 2024

병걸리면 죽는 나라

EP37. 캐나다 최악의 의료 서비스

Monday, December 16, 2024


드디어 오랜 기다림 끝에, 남편과 함께 종합병원에서 스페셜리스트를 만났다. 4개월 전, 남편에게 이상 증상이 나타났는데, 이는 남성들에게만 발생하는 음낭수종이라는 질환이었다. 음낭에 물이 차는 이 병은 패밀리 닥터가 의심을 했고, 스페셜리스트를 만나보라는 예약을 잡아줬다.


하지만 캐나다 의료 시스템은 너무나 느리다. 패밀리 닥터가 간단한 수술조차 할 수 없고, 스페셜리스트를 만나기 위해 무려 4개월이나 기다려야 했다. 다행히 음낭수종은 통증이 심한 질병이 아니어서 기다릴 수 있었지만, 그 기다림은 고통스러웠다.


오늘 드디어 스페셜리스트를 만나러 종합병원에 갔는데,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스페셜리스트는 패밀리 닥터가 보낸 진단서와 엑스레이를 확인한 후 남편의 상태를 간단히 살펴보고, 수술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문제는 그 수술을 받기 위해 또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수술 날짜조차 잡히지 않은 상황이었고, 이 모든 과정은 겨우 10분 만에 끝났다.


4개월을 기다려서 고작 10분의 진료를 받고, 또 다시 수술을 위해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에 너무 화가 났다. 이것이 캐나다 의료 시스템의 현실이다. 환자들은 스페셜리스트를 만나기 위해 몇 개월을 기다리고, 치료를 위해 다시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심지어 심장 질환이나 암과 같은 심각한 병도 예외가 아니다. 초기 진단을 받고도 스페셜리스트를 만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병이 악화된 사례도 많이 봤다. 나 역시 몇 년 전 뇌에 이상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진단을 받고 MRI를 찍기 위해 3개월이나 기다려야 했던 경험이 있다.


무료 의료 시스템이라는 장점은 있지만, 이렇게 오랜 기다림 속에서 병이 악화되거나 생명을 위협받는다면, 이게 과연 좋은 시스템일까? 정말 화가 난다. 아무리 의사 수가 부족하고 시스템이 느리다고 해도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가 이래서는 안 된다.


이제 할 수 있는 일은 수술 날짜를 기다리는 것뿐이다. 남편이 그동안 잘 견뎌주길 바랄 뿐이다. 캐나다에서는 절대 아파서는 안 된다. 아프면 기다리는 동안 병을 스스로 이겨내던가, 최악의 상황에 이를 때까지 버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프지 말자. 약이 있어도 약 줄 사람이 없다.


오늘의 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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