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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작가 Oct 31. 2022

[Chapter.6]’지는 것’이 뭐예요?

-‘LOSE‘ or ‘SET‘

 경기, 시합, 논쟁 등에서 지는 것을 'LOSE'라고 합니다. 그리고 해가 지는 것, 즉 일몰을 'SUNSET'이라고 합니다. 


 고등학생은 매일매일이 시험의 연속입니다. 모의고사가 끝났다 하면 중간고사, 중간고사가 끝났다 하면 다시 모의고사, 모의고사도 끝났다 하면 기말고사, 이제 기말고사까지 끝났다 하면 수행평가. 그리고 어영부영 그다음 학년으로 올라갑니다. 이 과정 중 저는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경험했습니다. 첫 시험 때는 일주일 동안 눈물이 멈추지 않아 눈이 마카롱 모양이 되었었고요, 선생님들이 현실적으로 아니 직설적으로 미래에 대해 말씀해주실 땐 눈물에다가 콧물까지 멈추지 않아 코가 방울토마토 모양이 되었습니다. 제 눈물의 이유는 '조바심'때문이었는데요. 저는 온 힘을 다해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노력만큼 나오지 않는 결과에 낙담했고, 저보다 위에 있는 많은 친구들을 보며 무언가에 쫓기는 것 같았습니다. '시험'이라는 '경기'에서 저는 패배자였습니다. 그 친구들도 저만큼 힘들게 노력했을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저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만 봤을 때, 저는 제 자신 한 명을 지배하지 못하고 무너졌습니다. 저는 저와의 싸움에서 이미 진 것이었고, 제 자신에게 부끄러웠으며, 제가 저를 이기지 못한다는 사실에 너무 화가 났습니다. 

 제가 졌다는 그 사실에만 집중하여 한동안 저에 대한 실망감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훌훌 털어버리고 금방 일어섰을 저인데, 고등학생이라는 직책 아닌 직책을 달고 느끼는 감정은 달랐습니다. 저는 저에게도 졌고, 저와 함께 시험을 친 다른 친구들에게도 졌으니까요. 


 저처럼, 이렇게 무언가에 처참히 패배하고 힘들어하면 사람들은 말합니다. '위기를 기회라고 생각해.', '이번 일을 통해 다음에 한층 더 성장하면 되지.'와 같은 희망을 주는 말들이요. 처음에는 저도 새겨들었습니다. '그래, 이번에는 비록 졌지만 다음에는 더 노력해서 이길 수 있어.' 하며 제 자신을 위로했어요. 그러나 위기가 계속되면 기회가 아니라 포기가 되더라고요. 이번 일을 통해 다음에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다고 굳은 의지를 다졌는데 그게 정말 쉽지가 않습니다. 이건 고등학생인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한 번씩은 느끼는 감정일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마음의 변화가 크게 일어나고 나니, 가족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습니다. 친한 친구도 아니고 그저 가족들과 맛있는 거 먹고, 좋은 거 보고 듣고 하면서 제 자신을 정리하고 싶었어요. 부모님도 그것을 아셨는지 여행을 가자고 제안하셨습니다. 그렇게 가족들과 여수로 여행을 떠났고, 저는 그곳에서 잊지 못할 장면을 봤습니다. '여수'하면 밤바다가 유명하다고 하길래, 바닥사 앞에서 힐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6시가 되어가자 많은 분들이 바다로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역시 여수 밤바다가 인기 명소구나..' 하며 한가롭게 파도소리를 듣고 있었는데, 바다가 불그스름한 빛이 되기 시작하더라고요. 수평 선위로 붉고 동그란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고, 그 아름다운 빛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졌습니다. 고등학생이 될 준비를 한다고 바빠서 새해 일출도 보러 가지 못했는데, 이렇게 해변의 일출을 보니 뭔가 위로받는 기분이었ㅓ어요. 그런데 몇몇 분들은 해가 뜨는 것만 보고 가시더라고요? 저는 왜인지 모르게 해가 지는 모습이 더 기대돼서 가만히 기다렸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바다에 붉은빛을 보내며 해가 수평선 아래로 내려가는데 그 장면은 누가 상상해서 그림으로 표현하라고 해도 감히 그릴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해가 저에게 작별인사를 건네는 것 같았는데 그 보다 더 황홀한 모습은 보지 못한 것 같았어요. 아마 그때의 제 심리적 상황과 맞물려 더 그렇게 느껴진 것일 수도 있겠지만요. 

                                

 여러분, 해가 뜨는 것도 아름답지만 지는 것도 아름답습니다. 우리는 해가 떠오르는 것에 희망을 느끼고, 소원을 빌고, 감탄하지만 사실은 지는 해도 큰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우리는 '노을이 진다.'라고는 하지만 '노을이 뜬다.'라고는 잘 말하지 않습니다. 사실 노을의 사전적 의미는 '해가 뜨거나 질 무렵에 하늘이 햇빛에 물들어 벌겋게 보이는 현상.'입니다. 그러나 노을은 아침노을보다 저녁노을이 훨씬 아름답고 깊습니다. 비록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해이지만, '지는 것' 은 전혀 부끄러운 게 아니라는 듯이 해는 가장 아름다운  노을빛을 내뿜으며 우리에게 황혼을 건네주고 갑니다. 

 해가 져가는 모습을 보며 아쉬운 마음은 들었지만, '안타깝다'라는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어요. 해가 지는 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닌, 내일의 해가 뜨기 위해 잠시 쉬러 가는 것뿐이고 다시 떠오르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뜨는 해'는요, 아침잠이 많은 사람은 볼 수가 없습니다. 직업 특성상 밤낮이 바뀌어버린 사람도, 자식들의 아침밥을 챙기느라 눈코 뜰 새도 없는 엄마도, 밤새 공부하느라 늦잠을 잔 학생도요. 저는 밤새 공부하느라 늦게 잠을 자고 겨우 등교 시간을 맞춰 학교를 가는 학생의 입장으로서, 아침에 뜨는 해를 보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지는 해는 누구나 볼 수 있어요. 학원에 있더라도 창밖을 보면 노을이 지는 장면이 보이고, 퇴근을 하고 집에 오는 길이라도 어스름한 노을빛을 볼 수 있습니다. 


 지는 해야 말로 오늘 하루 피로를 풀어주는 가장 아름다운 빛입니다. 여러분도 이것을 느끼셨으면 합니다. 떠오르는 것에만 집착하지 말고 지는 것을 받아들이기도 해 보세요. 어느 순간, 좌절감이 느껴지고 무력해질 때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해보세요.'뜨는 해만큼 지는 해도 아릅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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