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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림 Apr 08. 2022

봄날의 인도차를 좋아하세요?

높은 품질의 클래식 티와 현지식 마살라 짜이 마셔보기

차를 처음 마실 때는 당연하게도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유럽에서 생산한 것을 마셨다. 가성비를 찾는다며 미국 브랜드의 차를 마시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이 나라들은 찻잎이 한톨도 나지 않는 나라들이고, 이는 익히 알려져 있듯 식민지의 역사와 결부되어 있다. 유럽인들이 중국 차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기후가 적당한 식민지에 차나무를 대량재배한 것이 시작이니까.


중국이나 대만차를 마시다보면 가향 없이도 펼쳐지는 맛과 향의 다채로움과 풍부함에 놀라게 되고, 가향보다 차가 가진 고유의 맛 차이에 집중하게 된다. 그래서 차덕들이 너도나도 인도 차 브랜드인 압끼빠산드를 마시게 되었을 때, 개인적으로는 가향을 하지 않은 클래식 티가 더 좋을 가능성에 대해 기대했던 것 같다. 인도도 차 산지이며 인구가 많고 급격하게 경제 규모가 커진 곳이기 때문이다. 양인들이 의문의 나무를 강제도배하기 전까지는 차 문화가 없었을 지라도 최대 산지로서 차 마시는 문화도 충분히 풍부해질 정도의 시간이 흐르기도 했다.


압끼빠산드는 부산에 플래그십 매장을 가오픈한 상태로, 심지어 꽤 제대로 된 티 부띠크의 구색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부산은 집에서 좀 멀지만 롯데 계열 쇼핑몰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판매하고 있어 온라인 주문으로 받아볼 수 있었다.

압끼빠산드도 정산당처럼 샘플 인심이 좋은 편이다.

내가 산 차는 아쌈 싱글 몰트(50g 틴, 37,600원)와 오리지널 마살라 짜이(100g 틴, 26,100원)이다. 단일품종 클래식 티와 특색있는 로컬 가향티를 한 종류씩 사본 셈이다.

양인들의 고급차에 가격으로는 지지 않는다는 점에 약간 놀랐다. 왠지 산지면 쌀 것 같은 편견이 있었나보다. 그래도 가격에 대한 평판은 좋은 편인데, 대부분의 서양 브랜드가 정식 수입시 코리안 프라이스라고 불리는 제법 비싼 가격을 적용하는 반면 압끼빠산드의 경우 현지가와 크게 차이가 안 난다고 한다. 아마도 평소에 직구해먹던 브랜드가 아니라 비교는 해도 덜 민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런칭 초기라 이벤트도 많이 하고 샘플 및 시음 등의 덤에 대한 인심이 좋은 점도 한국인 덕후들을 설레게 하고 있는 부분이다.


아쌈 싱글 몰트를 마셔보니 압끼빠산드의 비가향 클래식 차들은 대체로 동급 가격의 서양 브랜드 차보다 좋은 퀄리티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원래 다즐링 풀떼기맛을 싫어하고 아쌈이나 실론은 우유 부어먹어야 하는 입맛이지만, 뭔가 쓰고 텁텁한 잡맛이 없어 우유를 붓지 않고도 마실만 했다. 맑고 부드러운 맛에 몰티하고 약간은 달달한 향이 깔끔하다. 다만 대만의 대엽종 개량종인 홍옥/홍운과 비교하면 가격적인 부분을 포함하여 굳이 재구매할 메리트는 좀 적은 것 같기도 하다. 그저 최근 좀 더 익숙한 맛의 차이일 수도 있는데, 맛이 맑고 깔끔해지니 여기서는 왠지 끝맛에 박하향이 돌아야 완성된 경험일 것 같은 느낌적 느낌... 하지만 서양식 우림법을 권장하다보니 역시 여러 번 적은 양의 뜨거운 물에 빨리 우려내지 않아도 되는 점은 엄청 편하긴 했다.

마살라차이와 싱글몰트의 권장 우림법. 틴 내에 종이 딱지 형태로 들어있다
동양식 차도구로 샀지만 서양차 미니티팟으로 사용중인 유리 찻주전자와 함께 아쌈 싱글 몰트

다즐링이나 시킴 같은 다른 단일 품종차도 내가 이전에 마셨던 맛대가리 없는 양인들의 클래식 티보다는 훨씬 나을 것 같지만 비슷한 가격의 중국차 대비 우위는 없을 것 같다는 예상을 할 수 있었다.

건엽의 상태도 잎 모양이 살아있는 상태로 잘 정리되고 골든팁도 있는 것으로 보아 고급차로서의 구색은 갖추고 있어 보인다.

특색이 있으면서 가격 대비 꽤 큰 만족감을 준 건 인도인들의 가향차라 할 수 있는 마살라 짜이이다. 인도의 커리가 그렇듯 차에도 스파이시한 향신료 위주의 여러 재료를 배합한다. 따뜻한 물에 우려먹는 것보다 그들이 짜이를 만들어먹듯 소량의 물과 찻잎을 끓인 뒤 우유를 넣고 다시 5분쯤 끓이고, 설탕을 듬뿍 넣는 방식이 더 맛있다. 심지어 차도 싫고 향신료도 싫다는 반려인도 맛있다고 할 정도.

냄비에 끓여 밀크티로 만든 것과 일반적 우림법으로 우린 것

원래 마살라 짜이는 인도 각 가정에서 김치 담가먹듯 제각기 다른 레시피로 마신다고 한다. 아쌈 ctc와 향신료를 직접 배합해 만드는 식의 마살라 짜이 레시피가 한국에도 많이 퍼져 있는 편이지만, 외국인이면 역시 대중적인 브랜드의 대량생산제품에서 안정적으로 괜찮은 맛과 향을 추구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기대를 정확히 충족해주는 맛이었다. 우유와 설탕이 원래 만능이긴 하지만, 스파이시한 맛과 복합적 오묘한 향이 우유 및 설탕과 궁합이 좋은 편이다. 다 마시면 다른 종류의 마살라 짜이도 구매해보고 싶다.


많은 종류를 마셔본 건 아니지만 내가 인도차에 갖고 있던 호기심을 어느 정도 해소했다. 요즘 잘 된다는 차 브랜드들은 브랜딩 및 블렌딩 위주지만(톡톡튀는 z감성 아니면 밑도끝도 없는 오리엔탈리즘…) 기술이 평준화된 시대, 차 산지에서 줄 수 있는 품질과 이국적/이질적인 분위기에 더 끌리는 것 같다. 아무래도 청개구리라 그런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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