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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imeless Sep 11. 2024

ep–8. 소확행

소명 찾기


ep–8. 소확행   


  


자녀들의 초등학교를 비롯해서 약국, 이발소, 슈퍼, 편의점, 농협, 경찰서 등 공공기관과 편의시설이 면사무소 반경 1~200미터 안에 모두 모여있다. 그중에 목욕탕이 눈에 띄어 한번 가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은터였다. 이름은 작은 목욕탕이었고 격일제로 남녀를 구분하는 게 재미있었다. 





     


펜션에서 산길을 거쳐 읍내로 향하는 길은 항상 상쾌하다. 이렇게 유쾌한 기분이 언제까지 갈까라고 생각하는 도중에 금세 목욕탕 입구가 보였다. 가격은 3천 원. 군에서 지원을 받는 듯했다. 시설은 작지만 깔끔했고 이용하는 사람은... 혼자였다. 평소 조급함이 큰 단점이어서 말과 행동을 차분히 노력 중이다. 다시금 마음을 차분히 다잡으며 여유롭고 천천히 목욕을 마친다.      



목욕탕을 나와 가벼운 발걸음으로 식당을 찾아본다. 식당이라 해봤자 중국집을 비롯해 서너 곳이 전부지만, 무엇을 먹을까는 살짝 고민스러웠다. 푸근한 인상의 주방장? 혹은 사장님? 의 포스에 자연스럽게 발길이 중국집을 향했다. 작은 가게였지만 짜장면의 맛은 일품이었다. 믹스 커피까지 입가심으로 마시고 나오니 참 행복했다.      







요즘 이런 사소한 행복들이 사방에 널려있다. 내가 줍기만 하면 된다. 산속에서 오이, 호박, 고추를 비롯해 각종 채소들을 자연스럽게 얻어먹다 보니 한동안 소비가 ‘0’원 이었는데 오늘은 과소비를 한 기분이었다. 만원으로 행복과 풍요를 선물 받은 기분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이런 사치를 마음먹는다.  


    


돌아오는 오솔길에 밤나무의 밤송이가 눈에 들어온다. 밤이 떨어지면 아이들과 주워서 사방이 시커먼 밤에 불타는 장작에 둘러앉아 군밤을 구워 먹는 추억도 남길 것을 다짐한다. 밤나무를 올려다보니 한 참을 익어서 벌어진 밤송이가 곧 있을 추락을 준비하는 것 같다.   









                                                                    


소명을 찾다.     



사주, mbti, 자기 강점검사, 다중지능검사 그리고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나의 강점을 파악해 둔 터다. 그리하여 내 소명은 내가 아는 지식을 타인에게 쉽게 전달하고, 타인의 장점을 파악해 동기 부여와 성장을 자극하는 선생? 혹은 강사?라는 결론이다. 하지만 평범한 직장인과 동기부여 강사의 간극은 건널 수 없는 강만큼이나 크다.     


 


특히나 요즘은 마음이 제멋대로 지껄이는 소리는 듣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마음은 환경과 상황을 통제하고 싶어 하고, 목표에 집착한 나머지 불확실함의 두려움에 짓눌려 시작을 회피하게 만든다. 우리는 스스로를 믿는 만큼 성장한다. 자기 자신을 믿는 순간 세상은 우리를 위해 일어선다고 했다. 내가 나를 오롯이 믿어준 적이 언제였던가? 기억이 잘 안 난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 순간이 바로 지금이기 때문이다. 결론은 그냥 해보는 것이다. 새로운 도전을 즐겁게 시작할 뿐이다. 



나의 강점을 발견? 했으면 주제를 정해야 한다. 술과 담배 그리고 스마트폰을 끊었으니 중독에서 자유로 할까? 아니면 감명 깊게 읽은 인생 책인 트랜서핑을 주제로 강연을 해볼까? 성공한 사람들은 생업에서 본인의 소명을 발견하고 이를 발전시켰다고 하는데 직장에서의 업무는 건축과 관련된 일이 아닌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건축과 나라는 사람은 맞지가 않다는 게 비극이다. 수능점수로 대학과 학과를 선택한 업보가 아직도 나를 옭아맨다.




나는 중독자 였다.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아! 건축이라 해도 꼭 현장만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또 나만의 좁은 생각에 우왕좌왕 거렸다. 건축법이나 재개발 재건축 그리고 경매까지 내가 일하면서 배운 혹은 공부해 온 지식들을 소재로 삼아 강의와 접목하면 또 다른 길이 펼쳐질 것 같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어찌어찌 강의의 소재까지는 정했는데, 이걸 누구에게 시험해 보나? 사회초년생이 딱 좋을 것 같은데 그런 친구들이 내 주위에 있을 리 만무하고, 더군다나 여기는 산골 오지 아닌가? 그렇다면 답정너. 요즘 나의 최고 인연이자 귀인인 펜션지기에게 수강을 강요하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한두 시간의 일정이면 농촌유학 1년간 48강의 강의를 만들 수 있다. 수강료는 당연히 무료. 강의는 동영상으로 기록해 유튜브에 올려보는 게 좋겠다. 나의 작은 지식들이 꼭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족하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내가 기계와 친하지 않다는 점이다. 잘 나오던 TV도 내가 손대면 고장 난다. 사정이 이럴진대 동영상을 찍고 편집을 해서 유튜브에 올릴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앞이 까마득해진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시대의 흐름에 역행할 수 없다.      




가장 무서운 지옥은 견딜 만한 지옥이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삶은 위험을 모르는 삶이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것은 시대에 맞는 새로운 방식을 익히고 배우는 것이다.     





나 어릴 적 할머니들께서 유선 전화기 사용을 어려워하는 게 이해가 안 되었다. 


요즘 할머니들이 스마트폰으로 계좌이체나 숙소 예약을 못하는 것도 아리송하다. 시간은 손 쌀 같다. 곧이을 미래의 내 모습이 아니라고 장담하기 힘들다. 내가 싫어하든 좋아하든 시대의 흐름을 타야 하는 게 현대인의 숙명인 것 같다. 그리고 그 키워드가 AI, 챗 GPT, 영상 같은 혹은 이와는 오히려 대척점에 있는 듯한 자연이 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 자녀 세대가 필요한 자질은 창의성, 독창성, 감성, 개성 같은 사람만이 가진 독특한 성질임이 쉬이 예상된다. 답이 자연스레 농촌유학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이 기회를 활용해 나 또한 새로운 도전으로 인생의 소명을 찾아보려 한다. 다시금 농촌유학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추석 때 서울에 가서 스마트폰 거치대를 준비하고 다이소에 들러 칠판도 사서 강의를 준비하자. 타인에게 나만의 방식으로 내가 줄 수 있는 도움을 주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즐거운 일인지 확인해 봐야겠다. 



‘과연 될까? 내가 할 수는 있을까??’ 같은 마음이 꾸며내는 망령된 생각은 개에게나 던져주고, 일단 시작해 보자.     



첫 강의를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새로운 도전이 살짝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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