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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남지 연(蓮)을 만나다

- 지금 부여는

by 김용기

궁남지 연(蓮)을 만나다


- 김용기



끝 닿을 듯 말 듯


두 눈이 손

요술램프가 빨아들이듯

궁남지 온 년을 휘리릭

가득 담았다


이년 저년

분홍색 입은 년, 흰색 입은 년


궁남지 이 즈음

다소곳하여 만져도 빙긋이 웃고

어깨 선 봉긋하고

허리 잘록한 년들

여린 입술 살며시 열어 보이는

흐트러진 년들 천지


누구랴

품고 싶고

욕정 없는 남정네들 있을까만

바르르, 흔들리는 손 묶어 두었다

이년 저년 불러도

미소뿐


아쉬운 궁남지에

못 속, 잡힐 듯

욕을 해도 웃어넘기는 년들 속으로

청아한

비구니들 웃음 멀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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