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때 있었다
- 김용기
묻지도 않았고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도둑질하다가 들킨 것처럼
횡설수설
내 속을 알아채다니
차라리 입 밖으로 내뱉었더라면
덜 억울했을 텐데
말이 흐려지고 많아지고
초라해짐은
터지기 전 풍선의 아슬아슬한 순간
사춘기 아이가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졌을 때
눈은 컴퓨터를 피해 주어야 한다
벌컥 문을 열었으니
도망갈 시간을 놓쳤던 거다
빠져나가지 못한 분홍색 빛은
온 방안 우왕좌왕하였다
생각해 보니
변명의 시간이 필요할 때
무안함이 꼬였다면
그럴 때 슬그머니
창문을 연다든가, 시간을 끌어
손가락이 마우스를 누를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주는 것은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