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인사

by 김용기

낙선인사


김용기



흰 목덜미 자랑하지만

제 명(命)이

아궁이 부지깽이보다 짧다는 걸 알았다면

어설프게 힘 줄 일은 아니었다

부끄럼 타던 목련꽃이 흙빛 낯으로

힘없이 떨어지던 시간에

낙선한 어느 국회의원이

밤새 입 부르튼 TV를 켜 둔 채

숨 쉴 틈도 없이

동튼 아침을 향해 성급하게 허리를 굽혔다

미지급 운동원 일당의 아까움보다

분노가 앞서 어른거릴 시간인데

술보다 낫고

위로보다 낫고

낙선인사는 오히려 뻔뻔하였다

건성으로 인사하고

건성으로 듣고 지나가는 이들은

멋쩍은 웃음에서 서로 눈을 피했다

잡힌 손은 금방 지나간다는 확신으로

지루한 4년을 견딜 텐데

기쁨도 아쉬움도 순식간이라는 것을

목련꽃 진 봄이 가르쳐 주며

어른어른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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