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
- 김용기
웬만한 초등학생도 안다
유치원에서도
색 섞는 걸 배우는데
빨간색에 파랑을 섞으면
보라색이 되는 걸 어른들은 왜 모를까
부추기고 말씨름하다가
양쪽 모두 피곤한 표정을 지으면
TV는 차라리 끄는 편이 나았다
두 색 섞는 것을
미술 시간에 가르치지 않았고
학문이 정치에게 먹혔음을 알아챘다
임금조차
섞는 걸 거부했을 때
병원에는 손가락 잘린 사람들로 넘쳤고
투표에 대한 자괴감이
뉴스에 뭉쳐서 나왔다
남인과 북인이
노론과 소론이 섞이면
키움 히어로즈 같은 보라색이 되고
우승도 넘보는 힘이 생길 텐데
전하 아니되옵니다, 상소만 무성
그때마다 나라에는 위기가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