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그러움
- 김용기
난지 서너 달 쯤 됐을까
가르치고 배운 적 없을 텐데
수백 살 드신 은행나무 할아버지께
인사는커녕
다리 하나 불쑥 들고
복숭아뼈 아래에 찔끔 오줌을 쌌는데
더 싸라 이눔아 하시는 듯
부르르
이파리 하나 흔드셨다
오줌은 강아지가 싸고
몸은 할아버지가 떨고
생리적 현상이라고는 해도
족보 저 아래 어림도 없는 놈에게
나무라기는커녕 속도 없이
수염 쥐고 흔드는 손자 놈 어르듯
임진년 왜란 때도 청년이었던
할아버지의 명료한 사랑 표현법
장수비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