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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툴 실패 사례에서 배우는 교훈

by dionysos

<툴이 문제일 리 없다>


툴은 언제나 잘 작동한다. 문제는 툴이 아니라, 툴이 연결되는 방식입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이렇게 무너지게 됩니다. 툴도 있고, 데이터도 있는데... 하지만 그 모든 게 흩어져 있죠.


회의는 쌓였지만 기록이 남지 않고, 문서는 많았지만 참조되지 않으며, 자동화는 돌았지만 아무도 결과를 모릅니다. 툴은 도입됐지만, 흐름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때 생깁니다.



<스타트업이 툴을 잘못 연결했을 때 발생하는 3가지 전형적인 실패 패턴>




이 시퀀스는 스타트업이 툴을 잘못 연결했을 때 발생하는 3가지 전형적인 실패 패턴을 보여줍니다. 참여자는 T(Team), N(Notion - 기록), S(Slack - 협업), Z(Zapier/Make - 자동화) 라고 보시면 됩니다.



<실패 사례 #1 : “모든 게 Notion에 있는데 아무도 모른다”>


한 번은 어떤 시드 단계 스타트업에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모든 회의록, 로드맵, 일정이 Notion에 정리되어 있었죠. 겉보기엔 완벽했는데, 새로 합류한 팀원이 이렇게 물었습니다.


“이거 최신인가요?”


그 질문 하나가 팀의 현실을 드러냈다. 누구도 갱신 주체를 정하지 않았고, 페이지는 늘어났지만, 정보는 시간에 묶여 있었고, 결국 Notion은 기록이 아니라 박물관이 되어버렸습니다.


기록은 “보관”이 아니라 “순환”이다.


정적 데이터는 팀의 현재를 지탱하지 못한다. 기록은 협업으로 흘러야 하고, 협업은 자동화로 이어져야 합니다.



[실패 사례 #2 : “Slack은 시끄러운데 아무도 결정을 안 한다”]


팀은 Slack으로 하루 종일 대화를 합니다. 업무 채널, 프로젝트 채널, 커피 채널… 모든 게 실시간이었죠. 문제는 그 어디에도 결정의 흔적이 없었다는 것 입니다. 누가, 언제, 무엇을 결정했는지 찾을 수 없었고, 그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Slack은 협업 툴이지, 결정 툴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협업은 ‘소통’이 아니라 ‘결정의 기록’이어야 한다.


협업 툴이 기록 툴로 연결되지 않으면 조직은 빠르게 움직이지만, 방향은 잃어 버립니다.



[실패 사례 #3 : “자동화가 우리를 망쳤다”]


어느 시리즈A 스타트업은 자동화를 도입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사람 손 안 타고 다 돌아갑니다.”


초기엔 완벽해 보였죠. Slack 알림으로 데이터가 자동 전송되고, Google Sheets에서 보고서가 매일 생성됐습니다. 메일 답변도 자동으로 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곧 문제가 생겼습니다. 누구도 자동화의 로직을 이해하지 못했죠. 한 번 고장나자, 아무도 고칠 수 없게 되어 버렷습니다. 그 순간, 자동화는 ‘시스템’이 아니라 ‘의존성’이 되어 버렸습니다.


자동화는 ‘운영’을 줄여야지, ‘이해’를 지워서는 안됩니다.
자동화의 목적은 효율이 아니라 명료함이어야 합니다.

[실패의 본질 : 연결되지 않은 구조


이 세 가지 사례는 모두 같은 문제로 귀결됩니다.

1. 기록이 협업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2. 협업이 자동화로 닿지 않았으며,

3. 자동화는 기록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즉, 순환이 끊긴 구조였습니다.


조직은 툴을 여러 개 썼지만, 그 툴들은 서로 다른 언어로 말하고 있었죠. 연결되지 않은 구조는 결국, 사람을 피로하게 만들고, 데이터를 고립시키며, 문화를 정체시킵니다.



[해결의 방향 – 구조는 단순해야 작동한다]


복잡한 조직일수록 툴 구조는 단순해야 합니다. 툴의 개수가 아니라, 흐름의 명확성이 성패를 가르죠. 이 단순한 구조 덕분에 모든 결정은 기록되고, 모든 기록은 업데이트되며, 모든 업데이트는 자동으로 공유되었습니다.


툴이 줄어든 게 아니라, 툴의 의미가 명확해진 것입니다.


[✅ 실패 징후 체크리스트]


“우리 팀은 툴을 쓰고 있을까, 툴에 휘둘리고 있을까?” 다음 중 3개 이상 해당된다면, 구조 점검이 필요합니다.


1️⃣ 기록의 함정

회의록이 많지만, 누가 갱신하는지 모른다.

문서는 남지만, 결정의 이유가 사라진다.

신규 팀원이 “이게 최신인가요?”라고 자주 묻는다.

툴은 쌓이는데, 참조되지 않는다.


조치

1. 모든 기록에는 ‘갱신자’와 ‘마지막 업데이트 날짜’를 명시하라.

2. Notion 페이지보다 정보의 생명주기(Lifecycle) 를 관리하는 게 우선이다.


2️⃣ 협업의 함정

Slack/Notion/Jira가 분리돼 있어, 결정의 흐름이 끊긴다.

“누가 결정했는지”보다 “누가 말했는지”만 남는다.

회의보다 회의 준비가 길다.

실시간 대화는 넘치는데, 결정이 기록되지 않는다.


조치

1. 모든 협업에는 ‘결정 로그’를 남겨라.

2. 협업 툴은 대화의 도구가 아니라 결정의 기록기여야 한다.


3️⃣ 자동화의 함정

자동화의 로직을 이해하는 사람이 한 명뿐이다.

고장 나면 아무도 고칠 수 없다.

자동화는 잘 도는데, 이유를 아는 사람이 없다.

효율은 늘었지만, 팀의 이해도는 줄었다.


조치

1. 자동화는 실행이 아니라 가시화(Transparency) 가 목적이다.

2. 모든 자동화는 로직 다이어그램과 담당자를 남겨라.



<마치며 – 실패의 반대는 완성된 시스템이 아니다>


툴 실패의 반대는 ‘완벽한 시스템’이 아닙니다. 끊기지 않는 흐름을 봐야만 합니다. 기록은 협업으로, 협업은 자동화로, 자동화는 다시 기록으로 돌아가는 그 리듬이 살아 있는 조직은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스타트업의 툴 실패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입니다. 연결되지 않은 툴은 회의보다 무겁고, 구조 없는 자동화는 버그보다 위험합니다.


툴은 조직의 리듬입니다. 흐름이 멈추는 순간, 성장도 멈추개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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