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리는 왜 툴에 휘둘리는가

by dionysos

<툴은 원래 우리를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처음 툴이 등장했을 때, 우리는 환호했다. 업무가 정리되고, 커뮤니케이션이 명확해지고, 모든 것이 한눈에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현상들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툴은 늘 ‘도와준다고’ 했는데, 어느 순간 우리는 툴을 ‘따라가기’ 시작하죠. 하루의 절반을 Slack 알림에 쫓기고, 회의보다 Notion 업데이트가 더 중요한 날도 있습니다. 툴을 쓰지 않으면 일하지 않는 사람처럼 보이고,툴을 잘 쓰는 게 곧 ‘일잘러’의 기준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툴의 사용자가 아닌 부속품이 되었나>


툴은 본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였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툴을 “도입”하는 순간,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새로운 규칙을 받아들이곤 합니다. 툴은 본질적으로 시스템의 언어다. 즉, 도입한다는 건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그런데 많은 팀은 언어의 의미를 모른 채 문법만 외우기 시작하죠.

1. Jira를 도입하면서 ‘프로젝트 관리’를 기대하지만, 사실 Jira는 ‘우선순위의 언어’다.

2. Notion을 쓰며 ‘투명한 공유’를 꿈꾸지만, Notion은 ‘기록 구조의 철학’을 전제로 한다.

3. Slack을 ‘빠른 소통’으로 인식하지만, Slack은 ‘결정의 흐름’을 설계하지 않으면 혼돈만 키운다.


우리가 툴에 휘둘리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툴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기능을 흉내 내기 때문입니다.



<툴 피로(TOOL FATIGUE)는 구조의 피로다>


많은 팀이 “요즘 툴 너무 많아요.”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툴이 많아서 피곤한 게 아니다. 툴의 목적이 겹쳐서 피곤한 것이죠.


1. 같은 업무를 Asana, Notion, Slack 세 군데에서 동시에 관리한다.

2. “기록용”, “공유용”, “보고용” 문서가 따로 돌아간다.

3. 누가 최종 데이터를 책임지는지도 모른다.


이건 툴 피로가 아니라 구조 피로(Structural Fatigue)입니다. 즉, 툴은 늘어났지만 ‘흐름(Flow)’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 툴은 연결되어 있지 않고, 사람들은 단절된 채 일을 이어가고 있는 것 입니다.



<툴의 본질은 ‘기능’이 아니라 ‘맥락’이다>


좋은 툴은 버튼이 아니라 맥락(Context)을 만든다.


맥락이란, “이 일은 왜 존재하고,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가”를 설명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툴을 “기능” 단위로 도입합니다. “보고서 자동화해줄 툴 없을까?” “이건 슬랙보다 빠르대.” “AI가 회의록 써주는 기능 있대.” 기능 중심의 툴 도입은 결국 기능 중심의 조직을 만들죠.


즉, ‘왜’보다 ‘무엇’을 먼저 고르는 조직으로 변한다. 결과적으로 툴은 조직의 목적을 흐리고, 사람은 점점 판단력을 잃어갑니다.



<해결의 단초 – 툴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첫 번째 원칙>


“툴은 조직의 언어다.”


이 문장을 이해하면 툴의 관계가 달라집니다. 툴은 관리 시스템이 아니라 조직의 문법입니다. 문법이 명확해야 말이 통하고, 문법이 흐트러지면 언어는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툴을 바꾸기 전에 물어야 합니다. “우리가 지금 쓰는 언어는, 우리 팀의 사고방식을 반영하고 있는가?” 툴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첫 걸음은, 툴의 문법을 우리 것으로 다시 쓰는 일이기 떄문입니다.



<툴은 문화를 비추는 거울이다>


툴은 결국 조직의 문화적 습관을 증폭 시킵니다. 결정이 늦은 조직은 툴 속에서도 결정이 늦고, 소통이 단절된 조직은 툴 속에서도 단절된다. 책임이 모호한 팀은 툴이 많을수록 더 혼란스러움만 가중시키죠.


툴은 조직을 바꾸지 않습니다. 단지, 조직의 진짜 모습을 드러낼 뿐 입니다.



<마치며-툴에 끌려가지 않으려면, 흐름을 설계해야 한다>


툴은 언젠가 사라진다. 하지만 흐름은 남습니다. 이 책이 말하는 건 툴을 더 잘 쓰는 방법이 아니라, 툴 뒤의 흐름을 설계하는 방법입니다. 우리는 툴에 휘둘리는 시대를 지나, 이제 툴을 조직의 리듬으로 길들이는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도구가 아니라, 구조가 일하게 하라.”
그리고 그 시작은, 툴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툴을 이해하는 것 입니다.
keyword
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