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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스타트업이 툴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by dionysos

<클릭 이후의 세계를 이해한다는 것>


어느 날, 툴을 바꾸자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이번엔 Notion 말고 Linear로 가보죠. 더 효율적이에요.”


팀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3개월 뒤, 모든 건 예전과 다를 바 없었다. 회의는 여전히 길었고, 문서는 다시 흩어졌고, 결정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그때 깨달았다. 우리가 바꾼 건 ‘툴’이 아니라, 그저 ‘툴의 껍데기’였다는 걸...


우리는 매일 클릭한다. Slack에 메시지를 남기고, Jira에 태스크를 올리고, Notion에 회의록을 적는다. 그 클릭은 단순히 ‘입력’이 아니라 작동의 신호다. 하나의 툴을 눌렀을 뿐인데, 조직의 데이터가 흐르고, 일정이 조정되고, 결재가 자동으로 흘러간다. 하지만 정작, 그 ‘클릭 이후’의 세계를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조직은 툴을 ‘사용’하지만, 아무도 툴을 ‘설계’하지 않습니다.


나는 수년간 여러 스타트업에서 일했다. 그리고 거의 모든 회사에서 비슷한 장면을 봤다. 툴이 사람을 움직이는 순간. 툴이 목적이 되고, 회의가 기록을 위해 존재하며, 업무는 ‘체크리스트’로 축소된다. 툴은 조직을 효율적으로 만든다. 하지만 동시에, 툴은 조직을 무감각하게 만들곤 하죠.


문제는 툴이 아니다. 툴이 설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툴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툴이 돌아가게 만드는 조직의 구조와 감각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도구가 아니라 리듬, 매뉴얼이 아니라 맥락, 관리의 기술이 아니라 작동의 방법에 관한 책입니다. 이 책을 쓰며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툴은 언제부터 일을 대신하게 되었을까?”
“사람이 툴을 쓰는 걸까, 툴이 사람을 움직이는 걸까?”


그리고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우리가 진짜 배워야 하는 건 툴의 기능이 아니라 작동의 감각이라는 것.



<AFTER CLICK 은 그 감각을 복원하려는 시도다.>


툴은 결국 조직의 언어입니다.

어떤 단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팀의 리듬이 달라지곤 합니다.

툴은 한 사람의 습관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흐름을 엮는 보이지 않는 구조물이기 때문이죠. 이 책은 툴을 도입하려는 사람을 위한 책이 아닙니다. 툴에 지쳐본 사람, 툴의 이면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조직을 ‘작동하게’ 만들고 싶은 사람을 위한 책이라고 봐야 합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수많은 툴을 쓸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덮고 나면, 당신은 더 이상 툴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대신 이렇게 말하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린 이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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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