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을 신으며

by 박대우

아침 출근길에 양말을 신는데, 여러 회사에서 나온 양말이 뒤섞여 있다. 난 운동을 많이 해서 일반 양말뿐만 아니라 운동 양말도 많다. 처음엔 양말이 모두 새것이라서 다 좋았는데, 1년, 2년 신다 보면 만든 회사별로 양말의 품질이 차이가 난다. 어떤 양말은 발목 부분의 밴드가 헐렁해져서 아예 신을 수가 없는 것부터, 몇 년이 지났어도 새것처럼 보송보송하고 신기에 기분 좋은 것까지.


대개 비싼 양말이 그 값을 한다. 언제부턴가 싼 양말을 사서 잠깐 신고 버리는 것보다 비싸더라도 기분 좋게 오래 신고 다닐 수 있는 것을 산다. 속옷도 마찬가지고, 평상복도 마찬가지다. 한 벌에 10만 원, 20만 원씩 하는 것을 사 입지는 못하지만 내 수준에서 이왕이면 좋은 것을 사고 있다.


사람도 이와 같지 않은가 싶다. 우리가 사람을 처음 대면할 때는 웃음과 기쁨으로 좋게 관계를 시작하지만, 그 사람의 진면목은 1년, 2년, 아니 길면 10년, 20년이 지나 봐야 알지 않는가? 양말처럼 말이다. 처음엔 다 똑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다른 것이고, 그런 다름이 그 사람과 나와의 진정한 관계를 규정짓지 않던가?

그래서 이왕이면 비싼 양말을 고르듯 사람도 좀 점잖고 교양 있는 사람을 만날 필요도 있는 것이다. 물론 싼 양말 중에도 오래가고 좋은 가성비 좋은 양말이 있듯이 사람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확률상 그렇다는 얘기다.

대개 나이가 40세 후반을 넘으면 그 사람의 표정에 인격과 살아온 인생 여정이 배어 나온다. 잘 생기고 못 생기고의 차이가 아니라 얼굴 표정에 나무의 나이테처럼 그 사람의 인생 이력이 나타난다.

나는 어떨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것이 자기 자신이 어떤가를 아는 것일 것이다. 누구도 내 앞에서 나의 결점을 잘 말하지 않는다. 더구나 나이가 들수록 진정성 있는 충고는 듣기 힘들다. 그리고 그런 것을 듣는 것 자체를 싫어하고 꺼리게 된다.


나의 결점을 듣는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임이 틀림없다. 남이 나를 이유 없이 험담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것에 귀를 기울여 반추하고 고쳐 나가려는 노력, 그 자체가 진정으로 나를 발전시키는 초석이 아닐지 생각해 본다. 그런 노력이 있었던 후에라야 남들에게 싸구려 양말 취급을 받지 않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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