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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도 마음도, 바닥나기 전에

by 담유작가


친구네 집에서 나오는 길, 문제는 올림픽대로였다.


일요일이라 퇴근시간 여파도 없고, 마음에도 여유가 있었는데 진입로부터 차가 꽉 막혔다. 거북이걸음으로 조금씩 이동하다 보니 멀리 렉카차가 보였다. “사고구나. 오래 걸리겠네.” 체념 하며 한숨을 쉬던 그때, 주유 경고등이 반짝였다.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러다 정말 올림픽대로 한가운데에서 차가 퍼지기라도 하면?


빠르게 주변 주유소를 검색했다. 500미터 남짓 거리였지만, 예상시간은 33분.


잠깐 머리를 굴렸다.


이대로 막힌 올림픽대로에 진입할 것인가, 아니면 정체 줄을 빠져 나와 주유소로 가야 하나.




평소 같으면 일단 올림픽대로에 진입해 ‘어떻게든 되겠지’하고 달렸을거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서둘러 정체 줄을 빠져 나와 동작대교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실제로 500미터 가는 데 30분이 걸렸다. 그 사이 남은 기름의 숫자는 계속 내려가고,, 혹시라도 차가 덜컥 멈출까 봐 손발이 덜덜 떨렸다.




주유기에 ‘딸깍’소리가 들리자 그제야 숨이 쉬어졌다. 집에서 나올 때 ‘주유해야지’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귀찮아서 미루었던 그 한 번의 선택이, 이렇게 큰 불안으로 돌아올 줄이야.




돌아오는 길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기름도, 마음도… 바닥나기 전에 채워야 한다는 걸.


미루다 보면 꼭 이런 식으로 나를 덜덜 떨리게 만드는 순간이 찾아온다는 걸.




오늘은 그 단순한 진실을, 조금 진하게 배운 날이었다.



#일상의문장

#마음의여유

#감정에세이

#오늘의기록

#마음이바닥나기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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